김성은 여민향 대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 철학 바탕
먹·시트러스향 담긴 대표작 한글향 개발
향은 기억·감정 어루만지는 새로운 언어
세종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서 관객에 첫선
[충청투데이 정유정 기자] “음표가 쌓여 곡이 되듯, 향료가 쌓이면 하나의 화음이 됩니다. 그 과정이 작곡과 놀랍도록 비슷해요.”
첼로 전공자로 무대에 서던 그는, 지금은 향기를 빚는 조향사가 됐다. 브랜드 ‘여민향’을 이끄는 대표 김성은 씨의 이야기다.
여민향은 세종대왕의 궁중 음악 여민락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이름처럼 ‘모든 백성과 함께 즐기는 향’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김 대표는 한국의 자연과 정서를 향으로 풀어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
그의 확고한 철학처럼 여민향의 대표작은 ‘한글 향’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며 ‘한글은 어떤 향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3년에 걸쳐 개발을 이어왔다.
김 대표는 한글 향에 대해 “먹 향을 중심으로 처음에는 시트러스하게 다가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묵향이 은은하게 남게 했다”며 “글자가 종이에 스며들 듯 향도 은근하고 오래 남도록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한글 향은 단순한 향수에 그치지 않고 뇌파 실험을 통해 수면이나 집중력 개선 효과까지 검증하고 있다. 김 대표는 “향은 단순히 취향이 아니라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글 향 외에도 무궁화와 윤슬을 시그니처 라인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무궁화는 플로럴 계열로 끈기와 생명력을 표현했고, 윤슬은 동해 바다 위에 햇살이 부서지는 순간에서 영감을 얻어 청량한 아쿠아틱 계열로 풀어냈다.
이 작품들은 내달 1일 열리는 2025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에서 직접 경험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한글을 향으로 풀어낸다는 건 단순한 조향 작업이 아니라 문화적 실험”이라며 “시각예술과 후각예술이 만나 관객이 다층적인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민향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호텔은 물론, 기업들과 협업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영화사, 다양한 기업들과 공동 작업을 준비 중이라는 김 대표는 ‘향을 단순한 제품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으로 발전시킨다는 뚜렷한 목표도 밝혔다.
김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믿음을 향으로 증명하고 싶다. 한국을 대표하는 향이 세계인의 기억 속에 오래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은 대표에게 향은 단순한 향료의 조합이 아니다. 기억을 불러내고 감정을 어루만지며 문화를 이어주는 새로운 언어다.
그는 “향은 외치지 않는다. 그저 부드럽게, 깊이 스며들 뿐이다. 하지만 그 여운은 음악처럼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오는 9월에서 10월까지 세종에서 열리는 한글 국제프레 비엔날레에서 관객은 한국적 향기와 세계적인 예술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순간을 직접 만날 수 있다.
한편 김 대표는 11월부터 열리는 대전아트페어(디카프)에 참여해 특별한 향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유정 기자 yjeong022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