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밭 된 예산 용동3리 복구작업 한창
가재도구 널려있고 침수 흔적 그대로
“전국적 피해에 복구 언제 이뤄질지…”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안에 물이 차서 보일러, 장판 다 뜯어야 돼요. 무엇보다 아버지가 우울증이라도 걸리실까 걱정입니다.”
20일 오전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3리에서 만난 김 모(48) 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씨는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에서 내려와 16∼17일 밤 사이 300mm가 넘는 극한 호우가 마을 전체를 집어삼킨 부모님 댁을 정리 중이었다.
그의 집안에는 가재도구가 마당 곳곳에 널려 있었고, 부엌과 창고에는 흙탕물이 채 빠지지 않아 침수됐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3일 동안 정리한 게 이 정도입니다. 보일러실은 아직도 물이 안 빠져 들어가지도 못해요”라며 “벼농사도 망쳤고, 고추·깻잎 다 죽어서 인지 아버지가 신경질적으로 변하셨어요. 아버지 건강이 가장 걱정됩니다”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김 씨는 농·어업인 등이 평소 농작물 등을 소위 ‘자식 같다’ 여기고 애지중지 길러왔지만 이번 호우 피해로 농사를 망친 상실감에 건강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군은 이번 폭우에서 도내 최고 강수량(401.8mm, 19일 오전 9시 기준)을 보였고, 용동3리는 삽교천 제방둑이 무너지면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 주민 50여명이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해 가까스로 인명피해를 벗어난 곳이다.
이 때문인지 주말을 맞아 마을 곳곳에는 자녀들이 부모님 댁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또 각 시군과 군 장병, 자원봉사자 등도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도내에서만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농어업 등의 피해는 천문학적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실제 농·어업, 축산업 등이 주요 산업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충남은 이번 집중호우로 축구장 2만 3408개 크기에 해당하는 1만 6714㏊의 농작물 피해를 입었고, 농경지가 유실·매몰된 곳도 58㏊에 이른다.
축산물 피해는 9개 시군에서 닭 75만 2900수, 돼지 329두, 꿀벌 266군, 한우 26마리, 젖소 3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산물은 새우 100만 마리, 어류 170만 마리 등의 피해를 입었다.
주택피해(전파 2곳, 반파 4곳, 침수 887곳)를 입은 893곳은 일상생활로 돌아오기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
충남뿐 아니라 전국적인 비 피해로 복구 인력과 예산 등에 한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군 삽교읍에 거주하는 최 모 씨는 “산사태로 농장과 축사가 무너져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전국적인 난리로 제때 복구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