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사안’ 중앙부처 이전 법적 제재 조차도 없어
최민호 시장 “절차적 정당성 미비·법치주의 위배”
단순 정치 결정보다 법적·제도적 기반서 이뤄져야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안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주형 기자 kjh2667_@cctoday.co.kr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안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주형 기자 kjh2667_@cctoday.co.kr

[충청투데이 이승동 기자] 세종 해수부의 부산 이전 사태와 관련, 새정부 간 법적 충돌을 자제해온 세종시가 결국 '관련법 위반'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반격에 나섰다.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 대치를 원치 않는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여왔던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원칙을 등에 업고 강경 기조로 선회하면서, 향후 새정부와 세종시 간 법적·정책적 충돌이 예상된다.

현재 새정부는 이전고시만으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세종시는 행복도시건설특별법(행복도시법) 등 관련법에 따라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행복도시법 16조는 외교·통일·국방·법무·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를 세종시 이전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해수부는 이에 해당되지 않아, 세종시 입지를 전제로 한 부처로 분류된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결국 최민호 세종시장이 법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 미비를 지적하고 나섰다.

최 시장은 “세종에 있는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는 데에는 아무 법적인 제재가 없다. 절차조차 없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에 있는 중앙부처를 세종으로 옮기려면 행복도시법에 따라 법을 바꾸고 공청회, 고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공공기관 하나를 이전하는 문제도 혁신도시법에 따른 정교한 계획과 심의 절차가 필요한데, 해수부는 대통령 지시만으로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법치주의 정신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새정부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해수부 이전을 위한 별도의 법 개정은 불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행안부의 이전 고시를 통해 절차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소 결은 다르지만, 여가부의 세종시 이전 시도는 비교적 신중한 행정적·법적 과정을 거치며 이뤄지고 있다. 조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해수부 이전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선 관련 법령에 명시된 절차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과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는 지적이다.

행복도시법은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공청회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필수로 규정하고 있다. 정책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장치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이전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도시법은 공공기관 이전계획의 승인 전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지방이전이 단순한 정치적 결정보다 법적·제도적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한 것이다.

행안부가 세종으로 이전할 당시에도 법 개정 및 공청회 등 정식 절차를 이행했다. 중소벤처기업부를 대전에서 세종으로 옮길 때 역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공청회 등이 선행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해양경찰청이 세종에서 인천으로 이전될 당시엔 행안부가 이전계획 변경에 따른 전자공청회, 대면 공청회, 고시 등 정식 절차를 진행한 선례도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다. 법적 근거와 절차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을 추진할 경우, 향후 법적 분쟁과 행정적 혼란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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