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 등 표현 사용해
2차 가해 소지도 다분

이기호 천안시축구협회장이 동료 여성의원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천안시의원의 탄원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4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포착된 이 회장의 탄원서.
이기호 천안시축구협회장이 동료 여성의원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천안시의원의 탄원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4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포착된 이 회장의 탄원서.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이기호 천안시축구협회장이 동료 여성의원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천안시의원의 탄원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탄원 내용 중에 ‘억울함’, ‘희생양’ 등의 표현이 사용돼 2차 가해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회장은 최근 지역 축구인 등을 상대로 천안시의회 A 의원에 대한 탄원서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탄원서 내용을 보면 “사건의 자세한 내막, 법리에 대해 밝지는 못하지만…A 의원에게도 억울함이 없도록 진실을 밝히는 지혜로운 판단이 나오리라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또 “A 의원과 같이 뜻이 크고 선량한 사람 곁에는…타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이들도 많다”면서 “이 사건에도 그런 일이 없었는지”라며 살펴봐달라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탄원서는 개인이나 단체가 국가나 공공기관에게 사정을 하소연해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용의 의사를 전달하는 문서이다. 일반적으로 사건의 본질에 대한 내용보다는 사건 당사자에 대한 정상참작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포함된다. 엄벌을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탄원은 마치 사건에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처럼 묘사됐다. 피해를 주장하는 B 의원에 대한 2차 가해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 24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진 천안시티FC와 충북청주FC와의 K리그2 9라운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장 일행 중 한 명이 탄원서 양식을 들고 축구인들에게 서명을 받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이 회장 일행은 천안 경기가 끝나고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충남아산FC와 안산그리너스와의 경기장도 찾았다. 이곳에서도 탄원 연명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B 의원은 “탄원서를 받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다. 속상하지만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면서도 “탄원서를 100장 200장 한들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기호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탄원 배경을 묻는 질문에 “A 의원이 축구에 관심 많으시니까 몇 장 받아줬다”면서 “문구도 내가 썼다. 사건에 대해서는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제가 그냥 나름대로 탄원서니까 어찌 됐든 유리하게 좀 써줘야 될 것 같았다”고 답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5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1단독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A 의원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선고는 5월 13일 오전 9시 50분 진행될 예정이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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