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준 임도 4분·도보 48분… 야간 산불 진화에도 효과
산청·하동서 발생한 산불도 임도 유무따라 진압시간 차이

2025년 경북 의성 산불 진화 현장. 국립산림과학연구원 제공
2025년 경북 의성 산불 진화 현장. 국립산림과학연구원 제공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최근 영남권을 중심으로 산불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임도를 설치하면 화재진압자원의 현장 도착시간을 12배 단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산불진압차량은 임도에서 시속 30㎞로 움직여 2㎞ 떨어진 불길까지 이동하는 데 약 4분이면 된다.

반면 임도가 없어 진화대원이 숲길을 직접 걸어 올라가면 시속 2.51㎞로밖에 움직이지 못해 같은 거리까지 48분이나 소요된다.

30㎏에 육박하는 기계화시스템, 15㎏의 등짐펌프 등 진화 장비를 신속히 현장까지 운송하는 데도 임도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산림과학원은 소방헬기를 활용하기 어려운 야간 진화 작업에서 임도 유무에 따라 진화 시간이 최대 9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용관 국립산림과학원장이 30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산불 조기 진화와 예방을 위한 임도와 숲 가꾸기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김용관 국립산림과학원장이 30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산불 조기 진화와 예방을 위한 임도와 숲 가꾸기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올 봄 경남을 휩쓴 대형 산불에서도 지난 7일 발생한 하동 옥종면 산불은 진화까지 23시간55분으로 하루가 안 걸린 반면, 지난달 21일 시작한 산청·하동 산불은 꺼지기까지 무려 8일(213시간 34분)이나 걸렸다.

그러면서 산불영향구역이 옥종면은 70㏊인 데 반해 산청·하동은 3400㏊까지 확대됐다.

산불영향구역 내 임도가 옥종면은 ㏊당 11.3m로 산청·하동(3.7m)보다 3배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진압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산림과학원의 설명이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옥종면 산불은 산불영향구역 외에도 임도가 다수 분포했다”며 “하지만 산청·하동의 경우 지리산국립공원 인근의 구곡산 지역은 임도가 없어 해당 구역 진화 마무리에만 56시간이 추가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임도가 오히려 산불 확산을 부추기는 바람길 역할을 한다는 지적에 대해 산림과학원은 실측 결과 임도가 풍향과 풍속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우라는 입장이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임업 선진국은 임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핀란드는 체계적인 임도망으로 산불피해 면적을 건당 0.4㏊로 낮췄으며, 미국 지리정보과학센터는 임도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산림과학원은 산불의 대형화를 예방하는 방안으로 산림 내 가연성 물질을 줄이는 숲 가꾸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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