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EDITION: 사랑해孝사진관
[1] 3·8민주의거 생존자 송병준 옹
이승만 독재 맞서 데모하다 형사에게 폭행 당해
수술 2번 진행했지만 난청→청력손실로 이어져
당시 트라우마로 낯선사람 경계·비 오는 날 발작
곁에서 알뜰히 보살피는 아들 덕에 많이 호전돼
父 “우리 아들은 똑똑해… 잘 커줘서 대견해”
子 “아버지가 상처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길”

▲ 3·8민주의거 생존자 송병준 옹(왼쪽)과 그 곁을 지키는 아들 송재헌씨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촬영: 유앤아이스튜디오 박상철 대표

[충청투데이 최소리 기자] 충청투데이는 효문화를 전국에 전파하는 한국효문화진흥원과 함께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받아 ‘2025 지역공동체활성화사업’ 편집EDTion:사랑해孝사진관을 진행한다. 이 사업은 총 10팀의 가족을 선정하여 사라져가는 효 문화를 되새기고 가족들의 사연을 통해 지역사회에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주고자 기획됐다. 더불어 신문을 편집하는 통찰력있는 편집기자의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보며 역할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취재, 편집까지 아우르는 멀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편집EDTion:사랑해孝사진관’ 첫번 째 주인공은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인권유린과 부정부패에 대항하기 위해 대전에서 최초로 일어난 학생운동인 3·8 민주의거에 참여한 송병준(대전고 41회 졸업생) 옹과 아들 송재헌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요란하게 퍼붓던 비가 그치고 조금 흐린 날씨를 보이던 23일, 대전 유성구 덕명동 선우행복마을에서 송병준 옹을 만났다. 선우행복마을에 도착하자 흐렸던 날씨는 말끔하게 사라지고 환한 햇볕이 가득했다. 면회실에서 기자를 만난 3·8 민주의거 생존자인 송병준 옹은 1960년 그 날의 일을 생생하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송병준 옹은 당시에도 난청이 있었지만 뛰어난 집중력으로 학교생활을 우수하게 해냈다. 그러던 중 이승만 정권의 불합리한 점에 맞서 학우들과 데모를 시작했다. 대전역까지 시가행진을 하기도 했는데, 당시 난청이 있어 다른 학우들이 도망갈 때 송병준 옹은 도망을 가지 못했다.

"너무 맞아서 어디를 맞았는지 기억도 못해…….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 때 사촌형에게 업혀 돌아온 송병준 옹은 학교를 몇달 동안이나 가지 못할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학업을 포기하려 했지만 조남호 선생님의 권유 끝에 다시 복귀하여 학교를 졸업했다. 송병준 옹은 당시 겪은 폭력 때문에 수술을 2번이나 진행했고 난청은 결국 청력손실로 악화되고 말았다. 그때의 상처는 트라우마로 남아 최근까지도 송병준 옹을 괴롭혔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비 오는 날에는 발작도 했지만, 곁에서 송병준 옹을 알뜰하게 살핀 아들 송재헌 씨 덕에 지금은 많이 호전이 됐다.

아드님에게 어떤 말씀을 제일 해주고 싶느냐는 질문지를 보여드리자 송병준 옹은 금세 ‘아들바보’로 돌아가 칭찬을 시작했다.

"우리 아들은 똑똑해. 머리가 좋아서 배우면 잘 깨달아. 내가 아들을 잘 길렀지. 가난하게 살아 고생을 많이 시켰어. 그래도 이렇게 커 준걸 보면 대견하지."

송재헌 씨도 국가의 권력에 의해 깊은 상처를 가진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아버지께서 유치원도 못 보내준 걸 많이 미안해하시죠. 이제는 옛날의 상처를 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버님의 잘못이 아니니까. 시대를 잘못 만난 것 뿐인데 그런것에 상처를 받지 말고 행복해하셨으면 해요."

재헌 씨는 끝내 이 말을 전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인터뷰를 마치고 아들 재헌 씨가 아버지와 함께 꽃이 활짝 핀 요양병원의 정원으로 나왔다.

부자(父子)는 사진찍는 것이 영 어색한 듯 보였지만 이내 베테랑 사진사의 유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꽃과 나무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님, 웃어보세요. 이렇게~"

잘 들리시지 않는 송병준 옹을 바라보며 재헌 씨가 미소짓자 아버지도 이내 아들을 따라 환하게 미소지었다. 시간이 차차 지나고 카메라에 담기는 부자의 모습이 많아질 수록 어색함은 사라지고 수다스러운 아버지의 목소리와 호응하는 아들의 담소가 정원을 가득 채웠다.

"오늘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네요. 평소에 이런 말씀은 해주신 적이 없었는데."

재헌 씨는 이번 촬영을 하며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웠다. 깊은 상처를 가진 아버지 송병준 옹과 아버지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상처를 보듬는 아들 송재헌 씨에게 오늘의 촬영이 특별하고도 기억에 남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 카메라에 담긴 환한 미소의 똑 닮은 두 부자 모습처럼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기사=최소리 기자 sound@cctoday.co.kr
편집=김다영 기자 allzero@cctoday.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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