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EDITion:사랑해孝 사진관]
2. 대전시 효행 표창장 수상자 유성규 씨
95세 노모 홀로 모시는 71세 아들
삶의 본질 되새기니 욕심 내려놓게 돼
효, 보여주기 위함 아닌 삶의 일부일 뿐
고된 세월 견딘 어머니 건강하시길바라
[충청투데이 최소리·김다영 기자] 충청투데이는 효문화를 전국에 전파하는 한국효문화진흥원과 함께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받아 ‘2025 지역공동체활성화사업’ 편집EDTion:사랑해孝사진관을 진행한다. 이 사업은 총 10팀의 가족을 선정하여 사라져가는 효 문화를 되새기고 가족들의 사연을 통해 지역사회에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주고자 기획됐다. 더불어 신문을 편집하는 통찰력있는 편집기자의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보며 역할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취재, 편집까지 아우르는 멀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편집EDTion:사랑해孝사진관’ 두번 째 주인공은 95세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유성규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한여름처럼 물씬 더워진 6월, 한국효문화진흥원의 추천을 받아 유성규 씨를 만나게 되었다. 유성규 씨(71세, 남)는 첫번 째 부인과 두번 째 부인을 극진히 병간호하며 95세의 노모까지 모시는 효부이자 효자로서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었다. 유성규 씨는 충청투데이의 ‘사랑해효사진관’ 촬영 제안에 쑥스러워하며 몇번 거절했지만 어머님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보시라는 권유 끝에 마음을 열었다. 자택에서 만난 유성규 씨와 어머님은 주름진 얼굴로 반갑게 사진가와 기자를 맞아주었다.
먼저 유성규 씨가 지극한 효심을 펼치는 데에 대한 평소의 철학과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사는 게 다 부질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러다보니 욕심이 없어지고, 부모님을 모시는 데도 욕심이 사라져 힘이 든다던가 애로사항이 생긴다던가 하는 것들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귀감이 되기 위해서 효를 실천하는 것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는 말에서 진정한 효심이 느껴졌다.
다만, 오랜 시간 어르신을 모시는 일에 부침이 없을 수는 없다. 사람이기에 각자의 생각이 있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부딪히는 일들도 많았다. 노모를 요양원에 모실까 생각도 해봤지만 유성규 씨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욕심을 내려놓고 어르신을 모시다보니 아무리 밖에서 일을 하고 돌아와도 노모를 모시는 데 어려움이 사라졌다. 효심의 밑 바탕에 행복이라는 뿌리가 단단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어머님과의 추억을 이야기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유성규 씨는 쑥스러운 듯 잠시 난색을 표했지만 이내 어머님의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유성규 씨의 어머니는 흥남철수 때 피난을 오며 남한에 정착했다. 삶의 터전이 완전히 바뀌었으니 적응하기까지는 수많은 고생이 따랐다. 그 고된 세월을 알기에 유성규 씨는 어머님께 건강 밖에 바라는 점이 없다고 했다.
유성규 씨는 효부 (孝夫)로서도 지역사회에 명성이 자자하다. 첫번 째 아내와 두번 째 아내의 병간호를 지극히 하며 어르신을 모셔 효자와 효부로 선정돼 대전시의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다만,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이니 이야기 할때마다 자연스럽게 아픔도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첫번 째 아내는 젊은 나이에 위암으로 생을 달리했고 두번 째 부인도 치매로 떠나보냈다"며 "두번 째 부인이 치매이다보니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생활을 전부 내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 병간호를 하다가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병이 생겨 병원을 1년 넘게 다닐 정도로 치료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끝으로 자녀들과 손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열심히 살아라, 그것 하나면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어머님과 유성규 씨는 사진사의 리드에 따라 가족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모자(母子)가 함께 분홍색 옷을 입고있는 모습이 퍽 다정했다. 두분이서 사진촬영 때문에 옷을 맞춰입으신거냐는 물음에 손사레를 쳤지만, 다정한 모습에서 사랑이 가득한 모자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사진 촬영을 하는 내내 색다른 즐거움에 어머님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유성규 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가득했다. 욕심을 내려놓고 당연하게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는 유성규 씨의 말은 성과를 위해 앞만 바라보고 달리며 효와 예절을 잊어버린 현대사회에 귀감이 될 만했다. 그저 건강하기만 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사=최소리 기자·편집=김다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