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논산시協, 평화통일 시민교실 열어
전적지 탐방·딸기체험 등 탈북민 ‘이색 경험’
단순 견학 넘어 마음 나누며 공동체 되새겨

▲논산의 딸기밭에서 탈북민 멘티가 멘토들에게 빨갛게 익은 딸기를 조심스럽게 건네주고 있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눈빛 속에는 단순한 나눔을 넘어, 진심 어린 배려와 연결의 마음이 담겨 있다. 딸기 한 알에 담긴 달콤함처럼, 이 작은 순간이 평화의 시작이 되고 있다. 사진=김흥준 기자
▲논산의 딸기밭에서 탈북민 멘티가 멘토들에게 빨갛게 익은 딸기를 조심스럽게 건네주고 있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눈빛 속에는 단순한 나눔을 넘어, 진심 어린 배려와 연결의 마음이 담겨 있다. 딸기 한 알에 담긴 달콤함처럼, 이 작은 순간이 평화의 시작이 되고 있다. 사진=김흥준 기자
▲멘토와 멘티가 따뜻하게 포옹하며 서로의 진심과 위로를 나누는 순간, 평화는 그렇게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사진=김흥준 기자
▲멘토와 멘티가 따뜻하게 포옹하며 서로의 진심과 위로를 나누는 순간, 평화는 그렇게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사진=김흥준 기자
▲이정호 회장이 병환 중인 탈북민 멘티에게 금일봉을 전달하며, 진심 어린 격려와 공동체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사진=김흥준 기자
▲이정호 회장이 병환 중인 탈북민 멘티에게 금일봉을 전달하며, 진심 어린 격려와 공동체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사진=김흥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23일, 논산은 봄기운과 함께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으로 한층 더 포근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논산시협의회가 주최한 ‘2025년 평화통일 시민교실’ 제1강이 ‘호국체험 전적지 탐방과 딸기농가 체험’이라는 이색적인 주제로 개최된 날이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역사 탐방이나 체험활동이 아니다. 이 날, 논산의 풍경과 딸기 향기 속에서 그려진 것은 바로 남과 북, 멘토와 멘티, 그리고 공동체가 만들어낸 ‘진심’이었다.

참가자들이 첫 발을 디딘 곳은 논산이 자랑하는 계백장군 유적지, 백제군사박물관. 무거운 갑옷과 옛 병사들의 흔적 속에선 한 시대를 지킨 용기와 신념이 느껴졌다. 호국의 정신이 서린 이곳은, 탈북민들에게는 새로운 조국의 역사를 배우는 공간이자, 평화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곳에 오니, 이 나라가 왜 소중한지 가슴으로 느껴져요.” 탈북민 멘티 권모씨의 말은 짧지만 울림이 컸다. 멘토와 멘티가 나란히 걷는 박물관 복도, 전시물 하나하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단순한 ‘견학’을 넘어 서로의 삶과 아픔, 그리고 미래를 공유하는 ‘동행’ 그 자체였다.

호국정신으로 마음을 다진 뒤, 참가자들은 논산의 또 다른 명물, 딸기 농가로 향했다. 붉게 익은 딸기밭 사이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손수 딸기를 따며 서로의 손길을 바라보던 멘토와 멘티들. 딸기를 입에 넣으며 “이렇게 달 수가 있냐”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던 탈북민 어르신은 어느새 논산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딸기 한 알에 담긴 건 단맛뿐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다시 시작하는 탈북민들에게 딸기농가는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따뜻한 품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공동체, 이게 바로 통일의 시작이 아닐까요?” 행사에 동참한 한 멘토의 말처럼, 평화는 거창한 선언이 아닌, 이런 일상의 소통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작지만 큰 위로, 멘토링 간담회에서 나눈 정, 행사의 마지막은 논산의 핫플레이스 ‘루체’에서 열린 멘토링 간담회로 장식됐다. 도시의 야경과 함께 마주 앉은 멘토와 멘티들은 삶의 이야기들을 차분히 나눴다. 특히 이 자리에선 특별한 순간이 있었다.

현재 병환 중인 탈북민 멘티 김모 씨, 그리고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권모 씨에게 멘토들이 직접 마련한 금일봉이 전달된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가족입니다.” 단순한 말이었지만, 그 순간 멘토와 멘티의 눈가에는 같은 물기가 맺혔다.

서로를 끌어안고 손을 맞잡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 사회가 얼마나 아름다운 공동체로 성장해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평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시작된다"

이정호 회장은 이날 행사를 마무리하며, “다가올 평화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시민교실이 단지 지식 전달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진심으로 연결되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라며 앞으로 있을 제2강, 제3강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오늘의 발걸음은 단지 논산의 딸기밭과 유적지를 밟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통일의 미래, 그 첫 길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힘차게 내디딘 것이었다.

그 길 위에서 마주친 진심, 배려, 그리고 사랑이야말로 진짜 평화의 씨앗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씨앗은 남과 북, 모두의 땅에서 붉게 익은 딸기처럼 환하게 열매 맺게 되리라.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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