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지역민 함께한 ‘평화통일 시민교실’ 성료
아바이 순대·논산 딸기 이색 요리체험도 호응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하루빨리 남과 북이 마음으로 하나 되기를 바랍니다.”
이 한마디에 담긴 진심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지난 한 달 동안 논산시에서는 특별한 통일 여정이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논산시협의회(이하 민주평통 논산협의회)는 지역사회 통일 활동을 활성화하고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2025년 평화통일 시민교실’을 총 3강에 걸쳐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시민교실은 단순한 강연을 넘어, 탈북민과 지역주민이 함께 어울리고 마음을 나누며 통일에 대한 희망을 현실로 그려보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참여자들의 눈빛에는 기대와 설렘, 그리고 나눔의 진정성이 묻어났다.
그 여정의 시작은 지난달19일, 논산의 호국체험 전적지를 찾으며 첫 강이 열렸다.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 체험은 참가자들에게 통일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어진 딸기농가 체험에서는 논산의 자랑이자 대한민국 대표 과일인 딸기를 수확하고, 딸기잼을 직접 만들어 보는 활동으로 화합의 단맛을 더했다.
딸기를 손에 쥔 어린아이부터 탈북민 어르신까지, 참가자들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서로를 알아가고, 또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최근 열린 제2강은 논산시 농업기술센터 다기능실에서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이날은 탈북민 강사 김정임 씨가 초청되어 ‘폐쇄된 북한사회 탈북과정과 남한사회 적응기’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북한에서의 폐쇄적인 생활, 목숨을 건 탈북, 그리고 낯설고도 익숙한 남한에서의 정착까지.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 속에는 말 못할 눈물과 희망이 묻어 있었다.
강연을 들은 한 시민은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가슴 깊이 느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또 다른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북한의 아바이 순대와 논산딸기가 만나다!’라는 이색 체험이 농업기술센터 조리실에서 펼쳐졌다. 김정임 씨의 딸이자 통일요리전문가 장유빈 강사의 진행 아래, 참가자들은 북한의 전통음식인 아바이 순대를 직접 만들고 맛보며 음식으로 하나 되는 따뜻한 시간을 가졌다.
아바이 순대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었다. 함경도와 강원도 북부지역에서 유래한 이 음식은 막창 속에 당면이 아닌 채소와 찹쌀을 넣는 독특한 방식으로, 북한 남성들의 힘든 노동과 고단한 삶을 위로하던 상징적인 음식이었다.
이번 시민교실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북한음식과 남한 특산물의 만남이었다. ‘논산 딸기’로 만든 딸기잼은 아바이 순대의 구수한 맛과 어우러져 남과 북의 조화로움을 상징하는 특별한 요리로 탄생했다. 이 음식은 그 자체로 분단의 아픔을 넘는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탈북민협회 이모 회장은 “북한의 대표 음식과 논산 딸기의 조화는 마치 남과 북이 하나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며 “음식처럼 우리도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세 번째 강의를 끝으로 시민교실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민주평통 논산협의회 이정호 회장은 “이번 통일시민교실을 통해 탈북민과 지역 주민이 마음으로 하나 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며 “민주평통은 앞으로도 지역사회 통일기반 조성과 통일역량 강화를 위해 꾸준히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2025 평화통일 시민교실’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탈북민과 시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자리가 됐다. 분단의 경계를 넘어선 따뜻한 손잡음, 통일의 꿈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우리 곁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