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사·학부모 놀이로 배우며 협동 시간 다져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18일 금요일, 오전 9시. 봄기운이 완연한 이른 아침, 논산의 작은 학교 왕전초등학교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운동장에는 알록달록한 만국기가 하늘을 수놓았고, 그 아래로는 웃음 가득한 아이들이 뛰놀았다. 오늘은 왕전초등학교가 자랑하는 ‘2025 어울림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날 체육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었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하나 되는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 그리고 놀이를 통해 삶의 가치를 배우는 날이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박양훈 논산계룡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직접 참여해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체육대회의 의미를 더했다.
“오늘 하루는 점수보다 마음이, 순위보다 협동이 중요한 날입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린 전난 교장의 말은 마치 선언처럼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아이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개회식 후에는 전문 강사의 주도 아래 ‘몸품기 체조’가 펼쳐졌고, 음악에 맞춰 뛰고, 돌고,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공연이었다.
체육대회의 중심에는 '경쟁'이 아닌 '배움'이 있었다. OX퀴즈, 애드벌룬 굴리기, 색판 뒤집기, 바구니 탑 쌓기 등 다양한 종목이 진행됐고, 그 하나하나에는 협동, 배려, 창의력을 유도하는 교육적 의도가 담겨 있었다.
가장 눈에 띈 장면은 ‘작전 줄다리기’. 학생과 교사, 그리고 박양훈 교육장까지 손에 손을 맞잡고 줄을 당겼다. 박 교육장은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뛰고 웃으며, 진정한 교육의 모습을 체감했습니다. 오늘 같은 행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 체육대회는 몸으로 익히는 민주주의, 놀이로 배우는 공동체 정신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교육의 현장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학부모들도 주인공이었다. '풍선팡팡'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풍선을 터뜨리며 박장대소했고, '줄다리기'에서는 땀을 흘리며 직접 뛰었다. 학부모들의 참여는 단순한 구경을 넘어, 아이들과 ‘같은 편’이 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재숙 교감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려와 협동을 배우는 오늘 같은 하루야말로 진정한 교육입니다.”
한 아버지는 경기 후 환한 얼굴로 말했다.
“아이 손을 잡고 달리다 보니, 제가 더 즐겁더라고요. 오랜만에 진짜 웃었습니다.”
오전 11시 30분, 마지막 경기인 계주가 끝나고 시상식이 진행됐다. 하지만 진짜 상은 숫자가 아닌, 아이들의 얼굴에 번진 땀과 웃음이었다. 폐회식에서는 모두가 함께 교가를 불렀다. 그 노랫소리는 단순한 학교의 노래가 아니었다.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낸 하루를 축복하는 찬가였다.
정리정돈까지 마친 후, 한 아이가 선생님께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오늘 하루가 영화 같았어요.”
이날의 왕전초 어울림 체육대회는 ‘행사’로만 끝나지 않았다. 운동장은 교실이 됐고, 웃음은 교과서가 됐으며, 함께한 시간은 가장 따뜻한 배움이 됐다. 이 날은 점수나 트로피로 남지 않겠지만, 아이들의 마음 속에 협동의 기쁨, 배려의 의미, 함께 뛴 추억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왕전초의 운동장엔 오늘, 진짜 교육이 피어났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