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 AI·반도체 등만 집중
기초과학 전공학생·예산도 줄어
지역 과기계 “단기성과만 치우쳐”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기술 상용화 중심의 투자에 집중하면서 기초과학 분야 인재 양성과 생태계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에 곧바로 투입될 기술 중심 정책은 강화되는 반면 물리·수학 등 순수과학 기반 연구는 지원과 정책 설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과학기술계 안팎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기초과학 전공 학생 수가 줄고, 관련 연구과제나 예산도 함께 감소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2024 과학기술 통계백서’ 중 우리나라 과학기술표준분류별 연구개발비 추이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연구개발비는 약 119조 7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전자 분야는 32조 2009억원(27.04%)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보·통신 분야 역시 23조 2937억원으로 19.56%, 기계 18조 1803억원(15.27%) 등 세 분야에 60% 이상이 집중됐다.
반면 기초과학 분야인 물리학은 1조1172억 원(0.9%), 수학은 2706억원(0.23%)에 불과했다.
결국 정부의 R&D 투자와 인재 정책이 기술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이동하면서 지속적 지원이 필요한 장기 연구 분야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과학기술계는 이 같은 구조적 편향이 인재 분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정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쏠릴 경우 해당 전공 인재들에게만 기회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집중 투자는 필수지만 그 이면에서 기초 분야 연구자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장기적 생태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요구한다.
충청권의 한 물리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대부분의 학생들이 급여와 안정성이 보장되는 특정 학과로 몰리는 분위기다”라며 “물리학과 등 기초과학 담당 학과에서는 학과 자체가 없어질 수 있겠다는 불안함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기초과학이나 중간기술 분야는 산업 기반을 떠받치는 뿌리 역할을 하는데 최근 정책은 시장성과 단기 성과에 치우친 느낌이다”라며 “젊은 연구자들이 전략 분야로 몰리는 현상 자체는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그 외 분야 지원이 단절되는 것은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구조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용화 성과가 당장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순수과학 분야는 정책이나 예산에서 밀려나는 상황”이라며 “학문 자체가 존중받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인재를 키우기도, 붙잡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