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흔들리는 기술강국]
지난해 대학 이공·자연계 입학생 14만 7449명…2005년생 출생아의 33.6%
비율 유지 시 2042년 이공·자연 입학 7만대까지 급감… 과학기술 인재 양성 빨간불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MWC 2025)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6 사진=연합뉴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MWC 2025)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6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화웨이는 12만명이 연구자다. 우리나라는 다 합해도 12만명이 되겠나. AI 분야에."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3~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방문해 중국의 통신 빅테크기업 화웨이의 부스를 살핀 소회로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꺼낸 말이다.

올초 중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 고효율의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을 선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결국 과학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은 인력이라는 점을 유 장관이 화웨이를 거론하며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가 뿌리 깊숙이 박혀 있다. 저출산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학의 이공계·자연계 입학생은 학사 기준으로 모두 14만 7449명이었다.

N수 없이 고교 졸업과 함께 2024학번이 되려면 2005년생이어야 한다. 그해 출생자 43만 8707명 중 33.6%가 이공·자연계를 택한 셈이다.

3명 중 1명꼴인 지난해의 출생자 대비 이공·자연계 입학 비율은 2018년부터 최근 7년 중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반도체, AI, 바이오, 우주, 양자 등 첨단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공계 진학을 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가 정책으로 장려하고 대학이 이공계 정원을 확대한다고 한들, 입학 자원 자체가 줄면 인재 양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국내 학사과정 이공·자연계 입학생 예측. 그래픽=김연아 기자. 
국내 학사과정 이공·자연계 입학생 예측. 그래픽=김연아 기자. 

본보는 2023년 출생자가 대학에 현역으로 진학하는 2042년까지의 이공·자연계 입학생을 예측, 분석했다.

저출산이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려는 목적으로, 매해 출생아의 33.6%(2024년 기준)가 동일하게 이공·자연계에 진학할 것으로 가정했다.

그 결과 국내 대학의 이공·자연계 입학자는 내년 16만 6981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증감을 반복하다 10년 뒤인 2035년부터 감소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49만 6822명을 찍었던 출생아가 2016년(40만 6243명)부터 매년 하락하며 2023년 23만 28명까지 꺾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국내 이공·자연계 대학 신입생도 2035년 13만 6538명, 2039년 9만 1532명, 2042학번 7만 7312명 등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저출산의 여파를 상쇄할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야 할 이공·자연계 인재가 18년 만에 반토막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학령인구 감소는 돌이킬 수 없고 석·박사 고급 인력 양성에도 고스란히 악영향"이라며 "해외의 우수 과학자 유치, 기존 고경력 연구자의 은퇴 후 활용 등 다방면에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