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발전소 5년뒤부터 포화
원전 밖 처리장 법적 뒷받침 안돼 미흡
탄핵정국 제정 불투명… 초당 협력 必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에 대한 영구처분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원전업계에서 커지고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가 5년 뒤부터 방폐물로 포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데도, 원전 밖 방폐물 처리장 설치는 법적 뒷받침이 부족한 탓에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고준위 방폐물 처리의 최종 단계인 지하 영구처분시설 건립까지 40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당과 지역구를 뛰어넘은 국회의 초당적 협력이 요구된다.
13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제정안이 5건 발의돼 모두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각 고준위 특별법은 △국무총리실 산하 담당 행정위원회 설치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 최종 결정 △유치지역에 특별지원금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준위 특별법은 21대 국회이던 2016년과 2018년에도 발의된 바 있지만, 모두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원전 사용후핵연료는 열과 방사성이 강해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은 가장 기초적 수준인 원전 내 습식임시저장(수조)으로 무기한 버티는 실정이다.
다음 단계인 건식임시저장(맥스터)은 월성원전본부 1곳뿐이고, 최종 단계인 지하 500m 영구처분시설까진 지금부터 착수해도 2070년경은 돼야 가동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영구처분시설 설치까지 △부지 선정 13년 △중간저장시설 건설 7년 △지하연구시설(URL) 14년 △영구처분시설 10년 등 44년이 소요된다고 예측한 바 있다.
원전업계에선 고준위 특별법이 미래의 영구처분시설뿐만 아니라 당장 필요한 맥스터, 건식저장시설 확보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전국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80.5%로, 대체 저장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2030년 한빛, 이듬해 한울, 2032년 고리 등이 방폐물로 포화돼 전력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 한빛에도 건식저장시설 건립 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임시저장인 이 시설이 영구화될 수 있다는 국민적 두려움이 있다”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및 조기 대선 가능성을 감안하면, 고준위 특별법이 올해 안에 제정될지는 불투명하다. 고준위 방폐물 위기가 언제쯤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원전이 위치하지 않았다 보니 그동안 이 문제에 무심했던 충청권 국회의원들도 방폐물 포화를 타지의 미래가 아닌 ‘우리의 현실’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호소가 나온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전기는 공공재이고 그 생산 과정에서 수반되는 문제 또한 모두의 일”이라며 “방폐물 저장시설이 자기 지역구에 설치될 수 있다며 외면하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