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서·대전본사 편집국 교육문화부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임신 6개월차, 점점 불러오는 배를 끌어안고 일찍이 몸을 누였다.
부쩍 잠이 많아지며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취침모드에 들어선 그때, 휴대폰 속 긴박한 속보 알림이 몽롱한 정신을 깨웠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처음엔 오보인가 싶었다. 뉴스를 틀었고, 담화문을 읽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을 본 이후에야 현실임을 체감했다.
곧바로 사안의 중대성과 긴박함을 고지라도 하듯 퇴근 후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연락을 잘 하지 않는 데스크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장급 이상 전원 회사 복귀 중이야. 일부 기자들은 현장에 나갔고, 나머지도 자택에서 대기해야 할 듯해."
충격을 채 느낄 새도 없이 본업 모드로 돌아가 기사를 처리했고, 계엄이 해제된 새벽 2시가 넘어 가까스로 다시 잠을 청했다.
그제야 뱃속의 까치(태명)가 생각이 났다.
혼란한 시국 상황을 알기라도 한 건지 그날따라 태동이 심했다.
총과 칼을 든 군인들의 모습에 공포스러운 엄마의 심경을 느꼈는지 평소 얌전했던 아기의 발길질은 유독 거셌다.
그날 밤은 기자이기 전 출산을 앞둔 임산부로서 여러 생각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이런 혼란스럽고 말도 안 되는 대한민국에서 아기가 태어날 생각을 하니 그저 죄스럽고 부끄러웠다.
하물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조그마한 아기도 세상 빛을 보기 위해 엄마 뱃속에서 최선을 다해 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한 나라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지 않는 이런 나라에서 부모로서 어떻게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막연한 두려움과 회의감이 들었다.
평소 자주 접속했던 맘카페에서도 출산을 앞둔 수많은 임산부들이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며 하루하루 행복해도 모자랄 임신기간, 갑작스럽게 닥친 이 격동의 현실은 감정의 변화가 큰 임산부에겐 더욱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가뜩이나 저출생 시대, 몇 안 되는 임산부들이 나라 걱정 하지 않고, 그저 뱃속의 아기에게만 전념하고 신경 쓸 수 있길.
하루 빨리 이 고통과 혼란의 시간이 지나 정의롭고 공정한 민주주의를 후대에게 물려주게 될 수 있길 간곡히 바라는 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