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일 국회 출입통제 지시 혐의
A경감 “사태 여파·조직 앞날 걱정돼”
일부 “독립기관 도약 기회로 삼아야”
지휘부 직무대행으로 정기인사 연기
[충청투데이 서유빈·함성곤 기자] 초유의 현직 경찰청장 체포 사태에 지역 경찰들도 뒤숭숭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경찰 지휘부가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면서 연말·연초에 예정된 정기인사 등도 사실상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새벽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계엄 당일 국회 출입통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경찰 수사의 일환으로 경찰이 스스로 수뇌부의 신병을 동시에 확보한 것은 최초다. 사상 처음 있는 수뇌부 공백으로 전국 경찰 조직에서는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경찰청 소속 A 경감은 "대부분의 직원들은 불만보단 앞으로 조직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크다"며 "사태가 안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 외부 사태에 대한 여파니 자체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조직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대전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B 경감은 "일선 서에서는 청장 체포로 인해 평소와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경찰들끼리도 그저 현 이슈에 대한 걱정뿐"이라고 짧게 전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시민 치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단 반응도 나온다.
대전경찰청 소속 C 경정은 "(지휘부 체포와 관련해) 별도의 지시가 내려온 건 없고 ‘업무를 충실히 해달라’는 정도"라며 "기존 업무는 업무대로 하는 게 결국 민생하고 연관돼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의 말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 경찰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독립적인 수사기관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 지역 경찰은 "경찰국 신설되고 나서 행정안전부 산하에 있으면서 여태까지 정치권력에 계속 휘둘렸다"며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이 다 체포되고 경찰에서도 독립적으로 대통령을 수사하니 경찰 내부 익명 게시판에 경찰국을 폐지하고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된 경찰이 돼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 지휘부 공백 사태에 당초 이달 중 발표가 예정됐던 경찰 고위 간부·전국 단위 인사 등도 연기된 상태다. 경찰청은 이달부터 내달 초에 걸쳐 치안감 계급 승진을 시작으로 경무관과 총경, 경정 계급 승진·전보까지 발표할 계획이었다.
더구나 경찰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탄핵 정국 속 자진 사퇴하면서 경찰 인사 일정 진행이 더욱 어려워졌다.
한편 경찰청장 직무대리를 맡은 이호영 경찰청 차장은 이날 오전 전국 지휘관 회의를 소집하고 "민생치안 확립을 위해 맡은 바 직무에 매진하라"고 지시했다.
서유빈·함성곤 기자 syb@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