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티언스 대전 결과보고전… 예술가와 과학자가 함께 결과물 도출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대전문화재단의 2024 아티언스 대전 결과보고전이 지난 9일까지 대전예술가의집 전시실에서 진행됐다.

올해로 14년차를 맞이한 ‘아티언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출연연구단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예술과 과학이 만나 다양한 실험과 협력을 통해 융복합 예술의 새로운 창작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술과 과학, 예술과 기술이라는 아티언스 대전의 특징을 표방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것은 대전문화재단의 아티언스 대전이 유일하다.

예술가와 대덕연구단지 협력기관의 과학자는 주제에 관한 연구, 조사, 실험 등에 관한 멘토링을 통해 서로의 분야를 접목한 새로운 결과물을 창작한다. 예술가들은 전문가 비평워크숍을 통해 자신의 창작물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2024년 아티언스 대전 결과보고전시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9명(팀)의 참여예술가와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기관 10명의 협업연구원이 2년간 협업해 창작된 평면, 조각, 설치, 영상, 사운드 아트 및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등 다양한 예술작품이 선보였다. 또한 참여예술가 퍼포먼스, 라운드테이블, 예술가가와 과학자의 토크 등 관람객이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박인용 박사와 강보라 작가는, 미세먼지는 걸러내고 빛과 공기는 투과할 수 있는 나노미터 수준의 직경을 가지는 얇고 투명한 섬유를 활용해 ‘미세먼지를 잡는 나노 거미줄’을 협업했다. 작가는 실크스크린의 ‘면’을 나노 거미줄 기술의 ‘필터’로 해석해 실크스크린 판에 잉크 혹은 빛을 투과시켜 나온 추상적 형상을 예술적 언어로 기록했다.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예술적 언어로 기록했다. 강보라 작가는 "미세먼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협업을 통해 작업세계가 한층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수정 박사와 금벌레&문창환 작가는 석탄화력발전에 얽힌 역학을 조사하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환경 문제들이 논의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폐광물자원의 업사이클링과 예술’이라는 주제로 협업했다.

금벌레&문창환 작가는 "아티언스 대전을 통해 과학자 뿐 아니라 예술가 간 협업까지 확장돼 이뤄졌다"며 "서로 다른 배경과 스타일을 가진 예술가들이 협력하면서 향후 독창적인 예술적 접근과 표현을 시도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양지현 박사와 양영주 작가는 ‘바이러스-면역 상호작용’이라는 주제로 바이러스의 전염, 변이, 면역의 양상을 현대사회 인간의 욕망에 비유해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개인의 욕망을 바이러스에 비유하며 바이러스의 변이과정을 아날로그적인 페인팅과 디지털 기술의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한 트랜스액션적 기법으로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시도했다.

양영주 작가는 "과학적 배경이 담긴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예술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심승보 박사와 서소형 작가는 예상 불가능하고 우연적으로 발현된 소리를 양자물리학의 특색과 연결한 ‘광역학계 기반 양자신호 변환기술’을 주제로 협업했다. 작품은 양자 컴퓨터를 가동시킬 때 나는 냉각기의 소리를 6계의 음역대로 사운드화하고, 예술가와 과학자 입장에서의 양자를 해석하는 방식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문진, 김은혁 박사와 류필립 팀은 ‘다누리가 촬영한 달과 지구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협업을 진행했다. 작가는 멘토링 과정에서 인류의 감각이 진동을 매개로 우주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영감을 받아 달 궤도선 다누리가 촬영한 달의 영구음영지역 및 달과 지구의 1.4초 시간 차를 빛과 사운드, 영상으로 표현했다.

류필립은 "일반 사람들이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시각적 정보 뿐만 아니라 연구과정을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며 "현재 박사님들과 예술과 과학의 융복합 과정 작업과 관련한 논문을 작성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장기수 박사와 이이난 작가는 ‘미시세계의 열을 보다’라는 주제로 협업을 진행했다. 반도체의 열을 측정하는 현미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은 이이난 작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열과 빛이 있다는 주제로 인간이 보거나 느낄 수 있는 가시범위의 빛이 일부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으로 영상 및 설치 등의 작품을 제작했다.

한국기계연구원 김기홍 박사와 민찬욱 작가는 ‘초미세 세계의 경이로움’이라는 주제로 협업했다. 민찬욱 작가는 최근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변화하는 인간의 일상생활을 관찰하고 일상 속 행위인 낙서를 디지털 미디어와 접목해 여러 형태의 인터랙티브, 키네틱 인스톨레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경륜 박사와 최혜경 작가는 ‘생명과 의약품 안에서 수학이 예술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협업을 진행했다. 작가는 약물동태학에서 영감을 받아 약물이 인체에 흡수, 분포, 대사와 배설되는 과정을 SF적 이야기로 풀어냈고 이를 조형물로 나타냈다. 최혜경 작가는 "기존 평면 위주의 회화 작품을 진행했는데 이 사업을 통해 조형으로 예술세계를 확장할 수 있었다"며 "예술과 과학의 융복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대전문화재단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의 이항재 관장과 김우진 작가는 ‘공룡의 복원’을 주제로 협업했다. 과학자들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복원된 모습이 본연의 모습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영상과 공룡화석의 3D스캔닝을 통해 표현했다.

김우진 작가는 "예술과 과학의 융합 아티언스 대전을 통해 참여자들이 서로의 작품을 탐색하고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었다"며, "다양한 접근 방식을 학습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티언스 대전은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주제를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실험실을 벗어나 창의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연구를 외부에 공유할 수 있었다.

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는 "대전문화재단은 예술과 과학이 함께하는 유일무이한 사업인 ‘아티언스 대전’을 통해 과학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해 왔다"며 "특히 올해는 해외 유수 기관의 관심을 받은 만큼 세계적 사업으로 발전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티언스 대전은 대전문화재단이 2011년부터 과학도시이라는 명성에 맞는 예술도시 구축을 위해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사업을 기획하면서 진행된 사업이다. 2012년 예술(ART)과 과학(SCIENCE)의 합성어인 ‘ARTIENCE’를 개발, 2013년 상표권을 등록하면서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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