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도 나라살림의 방향을 잡을 예산국회가 시작됐다. 예산안 심의는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놓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은 조정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이다. 올해도 677조원 가량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여야 국회의원들의 심의가 시작됐다. 의원들은 각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꼼꼼하게 살펴 혹시 불필요한 예산이 있는 지를 찾아내고 서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민생 예산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없는 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회는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준수하고 법정시한을 지켜 행정 전반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여야는 예산안 처리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법정시한을 무려 19일 초과해 ‘지각 처리’한 바 있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3년 연속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며 ‘지각 처리’가 일상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예산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할 경우 연초 곧바로 집행해야 하는 예산의 경우 일부 차질을 빚을 수도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올해 예산국회 역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개원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대치정국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달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예산에 대한 ‘칼질’을 예고하고 있고 여당은 ‘이재명표 예산’에 대한 맞불 삭감이 예상된다. 끝 모를 전운이 감도는 국회 상황이 예산국회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권과 공무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법정시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지난해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했음에도 국회는 예산안의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물론 국무총리가 대신 대통령 연설문을 대독하며 시한 내 예산확정을 부탁했지만 야당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여야가 정책과 예산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쟁에 밀려 민생 예산이 차질을 빚는다면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