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균 ETRI 기술창업실 책임연구원

지난 1일 15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ETRI 동문기업 중 가장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APS그룹 창립 30주년 행사가 있었다. 축사로 오신 화성시장께서 화성시가 인구 100만 명에 사업체 수, 종업원 수, 제조업체 수, 수출 규모, 지역내 총생산 등이 경기도 1위라며 친(親)기업 환경을 자랑하셨다고 한다. 동탄 신도시 근처를 지날 때마다 느낀 것은 휘황찬란한 마천루, 첨단기업의 군집, 젊은 분위기 등을 보며, 동탄이 언제 이렇게 변했지·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대전은 어떤가· 대전 역시 수치상으론 타 지역 못지않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을 대전으로 유치하기에는 여건상 쉽지 않지만, 첨단 강소기업을 탄생시키거나 유치하는 것은 대전 여건상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왜· 대전은 교통의 허브, 젊은 인재들이 생각하는 남방한계선, 타 지역에서 부러워하는 정부출연연구원의 존재, 노잼을 벗어나려는 부단한 노력 등 타 시도보다 유리한 조건은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전이 지속 가능한 일류경제도시, 넘볼 수 없는 최첨단 기술창업도시로 가기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언해 본다.

첫째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정부출연연과 적극 협력할 수 있는 상설 조직이 필요하다.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임 유상임 장관께서 부임하시면서 출연연의 기술사업화를 매우 중시하는 기조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기술이전에 머무르는 기술사업화가 아닌 실용화 지원 등 후속 기업지원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출연연 역시 기업지원을 통한 기술사업화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장관 직속 기술사업화 전담과 신설 및 기술사업화 규모 확대가 예상되는데, 이를 기회 삼아 대전 기업과의 기술사업화 협력을 강하게 끌어당길 수 있도록 대전시 조직내 ‘출연연-첨단기업 협력 TFT 또는 전담과’를 만들었으면 한다.

둘째, 9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전투자금융㈜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대전투자금융이 나가야 할 방향 및 전략은 갖추어져 있지만, 실제 업무를 수행할 인력 및 체계, 자금 등 인프라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전투자금융 주변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이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과감한 지원을 통해 신속히 조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투자가 필수인데, 순식간에 성장하는 ‘모소 대나무’와 같은 첨단기술기업들이 대전투자금융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셋째, 특정기술의 실증을 넘어, 첨단기술 주요 분야에 대한 실증특례를 대전시가 주도해야 한다. 산·학·연이 집적화된 대전은 첨단기술 주요분야의 실증특례를 추진하기에 최적화된 도시이다. 실증특례 분야에 추가적으로 기술과 공간을 결합시키고, 덧붙여 투자도 연계할 수 있는 모델로 타 지역과 차별화된 실증특례 추진방법을 도입한다면,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도 유리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대전시 조례를 변경시켜 대전시 어느 지역, 어느 분야의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시켜 정부가 제공해 주는 안전한 특정 실험공간이 아닌 대전시 도시 전체가 실험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전이 나갈 방향, 목표, 비전 등에 대한 개념설계를 다시 했으면 한다.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슬로건, 비전 등이 제시되는 것이 아닌 최소 20년, 30년을 내다보고 대전 시민 뿐만 아니라 타 지역사람 모두가 공감하는 개념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타 지역 사람들이 대전하면 딱 떠오르는 개념·이미지가 대전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현재 대전은 일류경제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좋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좀 애매하다. 차라리 첨단과학 도시, 첨단기술창업 도시, 4차산업혁명 도시 등 과학과 기술이 내포된 가치가 대전을 대표하는 개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도권 과밀화, 지방소멸, 인구소멸, 노령화 등 국가적 난제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은 출연연을 최대한 활용해 과학기술과 미래산업을 무기로 대한민국의 주된 세력으로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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