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20∼21일 충남 태안군 근흥면에 255.5㎜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23일 근흥면 논의 벼들이 모두 넘어져 있다. 2024.9.23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1일 충남 태안군 근흥면에 255.5㎜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23일 근흥면 논의 벼들이 모두 넘어져 있다. 2024.9.23 사진=연합뉴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역대급 가을 폭우까지 이어지며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큰 피해를 남겼다. 그야말로 매년 유례없는 극한의 기후재난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주말 충청과 남부 내륙에는 200~3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져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기고 수확을 앞둔 농가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 집계 결과, 충남 서산 271.1㎜, 논산 256.5㎜, 태안 근흥 255.5㎜, 충북 청주 오창 248.4㎜, 증평 217㎜ 등의 폭우가 내렸다.

이틀간 충남 전역에 내린 폭우로 보령과 태안 등 농경지(벼) 1802ha가 피해를 입었고, 9월까지 이어진 이상고온으로 벼멸구 피해까지 확산해 수확기 농심도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매년 거듭되는 극단의 날씨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닌 일상이 됐다. 역대 기록을 갈아치운 올여름 폭염은 가을 추석까지 이어지며 계절마저 바꿔놨고 두 달을 훌쩍 넘긴 열대야에 시민의 삶도 녹아내렸다.

올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한 5월 20일부터 9월 22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무려 36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15명)보다 868명이나 더 많다. 온열질환으로 추정돼 사망한 사람은 34명이며, 작년보다 2명 더 늘어났다. 환경부는 최근 3년간 극한호우 등에 따른 피해액은 1조6000억원이 넘고 인명피해도 85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반복된 기습폭우로 또다시 막대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재난적 기후 상황에 맞서는 전혀 새로운 대비책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정부가 14년 만에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지천댐 후보지인 충남 청양이 시끌했다. 갈수록 극한으로 치닫는 기후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라면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합리적 결론을 내야 한다. 기후위기는 이미 진행됐고 곧 마주할 불가피한 현실임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기후재난에 대비할 시스템을 조속히 강구하고 현재 피해를 입은 지역의 빠른 복구와 함께 피해 최소화에 나서야 한다. 우리 대응 속도가 기후변화에 앞서지 못하면 그 대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치르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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