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충청투데이 공동캠페인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대전신일여고
이재인 대전신일여자고등학교 취업지원부 교사
특성화고등학교는 과거 전문계 또는 실업계 고등학교로 불렸다.
2012년도부터 모든 전문계고등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에 의해 특성화고로 전환됐으며, 특정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춰 나갔다.
한때 고졸 취업생을 장려하는 교육정책으로 인해 상당히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인문계고 중심의 교육정책과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 현장실습 중 각종 안전사고 등의 이유로 잠시 주춤하고 있다. 특히 특성화고 취업지원부에만 몸담은 지 7년이 돼가니 이러한 냉혹한 현실이 좀 더 크게 다가왔다.
나에게도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낯설었다.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도입된 국가직무 능력표준(NCS)이 무엇인지 새롭게 이해해야 했으며 한국은행이나 산업은행 등의 금융기관은 물론 한국철도공사와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기관의 채용 절차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했다.
또 특성화고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지역인재 9급 수습 직원 선발 시험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했다.
단순히 학생들에게 채용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교사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하고, 입사지원서가 올바르게 작성됐는지 확인해 줘야 했다.
또 일과가 끝난 방과 후에도 금융기관 및 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NCS 직업기초 능력을, 공무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어·영어·한국사 수업을 해야만 했다.
필기 전형 이후에는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는 학생의 발성 및 태도를 비롯해 예상 질문을 함께 준비하고 답하는 연습을 통해 학생들이 우수한 곳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동고동락해 나갔다.
이러한 노력이 바탕이 돼 7년 동안 한국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내로라하는 시중은행에도 합격자를 배출할 수 있었다. 또 해마다 3~4명의 학생이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에도 합격해 정부의 각 부처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래도 이렇게 우수한 곳에 취업을 가능하게 도움을 주었던 것은 다양한 예산 지원이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 지원을 위해 방과 후 수업비 및 교재 구매 등 취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은 물론, 학습 중심 현장실습을 위한 운영지원비를 통해 교사와 기업 관계자가 교육목적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안전용품을 사들이는 등 코로나 유행기에도 사고 없이 안전하게 학생들을 성공적으로 사회에 안착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 사업에 선정돼 손해사정 및 베이커리 관련 직무에 맞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었고, 미래 여성경제인 육성 사업을 통해 여성기업을 탐방하고 여성 CEO와의 특강으로 사회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특성화고등학교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전국에서 특성화고를 선택한 학생들의 비중은 17%까지 감소했으며, 대전지역 특성화고 신입생 역시 연평균 8.9%씩 감소하고 있다. 더불어 졸업생의 취업률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저출산 및 지방 소멸의 위기에 맞서 해법도 모색해야 한다.
그나마 대전지역은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특성화고 졸업자 취업 통계에서 63.7%의 취업률로 전국 3위를 차지했고, 학교가 소재한 지역에 취업한 유지취업률 역시 전국 평균에 비해 3%나 높은 81.3%를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 역시 2023년도부터 특성화고 미래역량지원 및 재구조화 지원 사업을 통해 신산업·신기술 분야에 대한 인재를 키우고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최근에는 협약형 특성화고를 지정해 해당 지역에 정주하는 산업 인재를 육성하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특성화고에 몸담은 교사들이 즐겁게 학생을 지도하고, 학생들이 배움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신의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정부-기업-학교가 손을 맞잡고 힘을 모은다면 머지않아 제2의 특성화고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