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마무리까지 장시간 소요
“사실상 어려울 듯” 부정론 우세

지역 자영업자로부터 돈 봉투를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우택 전 국회의원이 1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19사진=연합뉴스.
지역 자영업자로부터 돈 봉투를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우택 전 국회의원이 1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19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법원이 돈 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정우택(71) 전 의원(청주 상당)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지역정가에서 정 전 의원의 정치생명에 대한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이 일에 엮인 이상 그의 화려한 32년 정치이력에도 불구하고 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론과 깨끗하게 마무리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긍정론이 맞서고 있다. 다만 정 전 의원이 기소되면 그의 연령을 감안할 때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정계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론이 약간 우세하다.

지난 1992년 제14대 총선 때 정계에 입문한 정 전 의원은 행정관료 출신(행정고시 22회)으로 국회의원(5선, 국회부의장), 충북지사, 해양수산부 장관, 당대표 직무대행, 원내대표 등 정관계에서 굵직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거물급이다.

이런 그에게 지난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됐다.

2월 중순 한 언론이 지역 카페업자로부터 흰봉투를 받아 주머니에 넣는 정 전 의원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다음날 공천면접이 예정된 때였다.

경쟁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말할 것 없이 시민사회단체의 공격까지 쏟아지는 와중에서도 정 전 의원은 경선을 통해 총선 최종후보로 뽑혔다.

그의 정치인생은 거기까지였다. 국민의힘은 논란이 확산하자 총선을 한 달 정도 남긴 3월 14일 공천을 취소했다. 정 전 의원에게는 치욕의 날이다. 정 전 의원은 무소속 출마 시사를 하는 등의 배수진을 쳤지만 결국 포기했다.

총선과 총선 후 여소야대, 용산과 야당의 대립, 국민의힘과 민주당 전당대회 등 어수선한 정치권 상황에서 정 전 의원은 청주지법에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지난 19일까지 한동안 지역정가에서 잊힌 인물이었다.

정 전 의원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현재 경찰 수사 단계인 점에 비춰 이 사건의 검찰 송치와 기소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재판도 최소 1년 이상 진행될 전망이다.

결국 정 전 의원이 정계복귀를 원한다손 치더라도 재판이 끝나야하는 만큼 시간과 싸움이 결정요소이다.

한 지역정가 인사는 "(정 전 의원이) 명예회복을 하든, 정계복귀를 하든 재판이 끝나야 가능한 게 아니냐"면서 "지금 나이를 생각하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한 인사는 "(정 전 의원의) 정치생명은 공천취소 때 끝났다고 봐야한다"면서 "최종적으로 무죄 선고를 받는다고 해서 그의 처지는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다. 이 인사는 "무죄가 되면 억울하겠지만 정계복귀는 이미 떠난 배"라고 촌평했다.

한편 정 전 의원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하늘에 맹세코 30여년 정치하면서 결코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일부 수수 혐의는 공여자의 진술이 유일하고, 일부는 공여자의 진술과 모순되는 제3자의 진술 내용이 있다. 결국 이 사건 범죄사실이 소명됐는지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로 돌아가는데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후원금 부분도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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