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욱 2관왕… 박상원, 전은혜, 전하영도 메달
3관왕 김우진… 한국 역대 최다 올림픽 금메달 5개
머스크도 사로잡은 단양의 명사수 김예지 은메달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지난달 26일 개막해 17일간 열전을 펼치는 2024 파리 올림픽이 어느 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한국은 역대급으로 저조한 선수단(143명) 규모에 금메달 5개 획득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4일 현재 금 10, 은 7, 동 7, 종합 6위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펜싱, 양궁, 사격 등 이른바 무기를 사용하는 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충청권 태극전사가 자리한다. <편집자 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2관왕(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단체전)을 차지한 오상욱(대전시청). 사진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2관왕(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단체전)을 차지한 오상욱(대전시청). 사진 연합뉴스

◆ 금빛 찌르기 선봉에 선 대전

먼저 한국 펜싱은 이번 파리에서 금 2, 은 1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최정상,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2위의 기염을 토했다.

사브르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 태극전사 상당수는 대전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올림픽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은 대전에서 태어나 매봉초, 매봉중, 송촌고, 대전대를 졸업하고 현재 대전시청에서 뛰고 있다.

대전의 자랑, 펜싱황제 오상욱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 4대 메이저 대회 개인전 우승을 지칭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펜싱 4대 메이저 대회는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뜻한다.

오상욱은 파리에서 개인전에 이어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까지 수확했다.

이때 오상욱과 함께 사브르팀을 이룬 막내 박상원도 대전 토박이이자 대전시청 소속이다.

오상욱이 장신에 스피드까지 보유한 육각형 선수라면, 박상원은 유럽 선수들에 비해 작은 키를 극복하는 빠른 발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유형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일명 '점핑 빠레(방어 후 날면서 반격)'를 여러 차례 성공하며 관중석엔 함성을, 상대에겐 좌절을 안겼다.

은메달을 딴 여자 사브르 단체팀엔 대전시청 소속 선수는 없지만, 결승전에서 활약한 전은혜와 전하영은 대전에서 자라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전은혜와 전하영은 펜싱 강호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에서 각각 1~2라운드 선봉으로 피스트에 섰고, 둘에 힘입어 한국은 45점 경기에서 40점까진 앞서 있기도 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3관왕(양궁 남자 개인전, 단체전, 혼성 단체전)에 오른 김우진(청주시청). 사진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3관왕(양궁 남자 개인전, 단체전, 혼성 단체전)에 오른 김우진(청주시청). 사진 연합뉴스

◆ 한국 역대 최다 금메달 올림피언, 충북에서 나왔다

한국이 파리 올림픽에서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한 종목은 양궁이다.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 단체전까지 5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독식했다.

양궁 5관왕은 올림픽 역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개인 성적으로도 남녀 모두에서 3관왕이 탄생했는데, 이중 맏형 김우진은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현재 청주시청에서 몸담고 있다.

김우진의 올림픽 3관왕은 자신, 나아가 한국 남자 양궁선수로는 최초의 발자취에 해당한다.

3년 전 2021 도쿄올림픽 2관왕에 더해 김우진은 통산 5개의 올림픽 금을 획득, 한국에서 동·하계를 통틀어 최다 금메달 올림피언에도 등극한 김우진이다.

맏형답게 김우진은 실력과 연륜을 바탕으로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최정상에 우뚝 섰다.

특히 개인전 결승에서 김우진은 4세트까지 3대5로 밀렸지만, 5세트를 따내고 슛오프(1발 결정전)도 4.9㎜의 근소한 차이로 이기며 파죽지세로 몰아붙이던 상대(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를 잠재웠다.

한국 남자 양궁 최초의 올림픽 3관왕, 올림픽 금메달 최다 한국선수 등 역사를 쓴 김우진은 아직 은퇴 계획이 없다고 한다.

한국, 나아가 세계 양궁의 거목인 그가 앞으로 어떤 대기록을 써 내려갈지 기대가 모인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획득한 김예지(임실군청). 사진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획득한 김예지(임실군청). 사진 연합뉴스

◆ 세계인 사로잡은 단양 출신 명사수

파리에서 한국의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부상한 것은 다름 아닌 사격이다.

사격은 △여자 10m 공기권총 금(오예진), 은(김예지) △여자 10m 공기소총 금(반효진) △여자 25m 권총 금(양지인) △10m 공기소총 혼성 단체전 은(박하준, 금지현) 등 현재까지 금 3, 은 2를 수확했다.

오예진은 여자 10m 공기권총 종목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고 2007년생인 반효진은 한국인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됐다.

예상을 깨고 메달을 휩쓴 한국 사격 가운데, 금빛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파급력과 인기는 그 못지 않은 선수가 있다.

바로 오예진에 근소한 차이로 밀려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은으로 장식한 김예지가 그 주인공이다.

김예지는 무심한 듯 쏘는 특유의 사격 자세와 과녁을 뚫어버릴 것 같은 카리스마 있는 표정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SNS에 게시된 그의 과거 사격 영상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액션 영화에 캐스팅하자”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한순간에 스타덤에 오른 김예지는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상진초교와 단양중을 졸업하고 청주 충북체고로 진학해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다. 현재는 임실군청 소속이다.

그 어떤 선수보다 뜨거운 열기와 인기에서 파리를 보낸 김예지, 다음 올림픽에선 자신의 주종목인 25m 권총에서도 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높이뛰기 종목에 출전하는 우상혁(용인시청). 사진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높이뛰기 종목에 출전하는 우상혁(용인시청). 사진 연합뉴스

◆ 이번에는 기필코… 우상혁 7일부터 날아오른다

충청 태극전사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탁구의 전지희(미래에셋증권)는 삐약이 신유빈과 팀을 이뤄 6일 오전 3시 여자 단체전 16강(브라질)을 상대로 치른다.

앞서 세계랭킹 14위의 전지희는 개인전 64강에서 80위인 포르투갈의 위푸에게 완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부진을 털고 신유빈과의 환성적인 호흡으로 메달을 목에 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레슬링의 김승준(성신양회)는 같은날 남자 그레코로만형 97㎏에 나선다. 세계랭킹 60위로 16강 선수 중 하위권에 속하지만 이변을 일으킬지 관심이다.

7일엔 대전이 낳은 육상 스타 우상혁(용인시청)이 높이뛰기 예선전을 시작으로 메달 사냥에 나선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에 이어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거머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우상혁은 대전에서 태어나 중리초, 송촌중, 충남고 등을 거쳐 높이뛰기 선수로 성장했으며, 서천군청과 국군체육부대를 거쳐 현재 용인시청에 있다.

오는 9일엔 다이빙의 신정휘(국민체육진흥공단)가 남자 10m 플랫폼 예선전에, 10일엔 역도의 장연학(아산시청)이 남자 102㎏급에 출전한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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