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대전, 새로운 야구 성지로
2. 훈련장 찾아 매일 2시간씩 떠나는 대전 학생 야구선수들
[르포] 대전제일고 야구부 훈련 가보니
학생선수들 논산베이스볼파크서 훈련
왕복 2시간 허비… 학부모 경제적 부담
대덕대 야구부도 충북으로 원정 훈련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전용 야구장이 없다는 이유로 자녀의 입단을 꺼리는 학부모들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학생선수는 젊은 코칭스태프를 보며 오고 싶어 하는데 말이죠."
지난달 31일 오전 7시30분 대전 서구의 대전제일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여 있었다.
출발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이들은 야구 장비와 물을 버스에 실으며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훈련장은 대전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충남 논산베이스볼파크였다.
창단 8년째를 맞은 대전제일고 야구부지만 학교에 전용 야구장이 없어 매일같이 원정 훈련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대전 내 야구장은 프로구단 한화이글스(한화생명이글스파크), 다른 엘리트 야구부인 대전고, 버드내중, 충남중, 한밭중(이하 교내 구장) 등 이미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
이렇다 보니 대전제일고는 대전 내에서 훈련할 공간을 찾기 어려워 지난해부터 충남 논산베이스볼파크를 평일 훈련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대관 비용은 학생선수들의 회비와 학교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야구장 부재가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다.
조정원 대전제일고 야구부 감독은 "하루 이틀 대관은 대전에서도 가능하지만 매일 훈련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한 것"이라며 "그래도 논산 구장은 과거 사용했던 곳보다 저렴한 편이다"고 설명했다.
전용 야구장의 부재는 학생선수 훈련의 양과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날 대전제일고 야구부와 학교에서 논산베이스볼파크까지 같이 이동한 결과 편도로만 약 1시간이 걸렸다.
훈련에만 매진해도 부족한 시간을 길 위에서 매일 2시간씩 허비하는 셈이다.
이날도 오전 9시30분 논산베이스볼파크에 도착한 학생들은 스트레칭에 더욱 힘을 쏟았다.
장기간 버스를 타고 이동한 뒤 곧바로 훈련에 돌입하면 허리 등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생선수의 설명이었다.
훈련은 실전 경기, 나아가 프로 입단 및 대학 진학을 좌우하는 만큼 전용 야구장이 없어 누구보다 애가 타는 것은 학생선수다.
한 대전제일고 학생선수는 "(야구장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아깝다"며 "지난주에는 논산에 도착해 보니 비가 내려 아예 훈련을 못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야 했다"고 토로했다.
대전제일고는 현재 교내에 실내 야구연습장을 짓고 있기는 하지만 타격과 수비 연습에 제약이 있어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대전제일고뿐만 아니라 유일한 대학팀인 대덕대 야구부도 전용 야구장이 없어 원정 훈련을 다니고 있다.
대덕대는 작년에는 충남 금산의 성운베이스볼파크를, 올해는 충북 보은스포츠파크야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임현묵 대덕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는 "금산 구장은 흙구장이고 시설이 대회 규격에 맞지 않아 충북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중곤 기자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