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대전, 새로운 야구 성지로
[르포] 갑천야구장 가보니
폭우로 황폐화… 매년 같은 문제 발생
천막·펜스 쓰러지고 흙더미 쌓여있어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갑천야구장은 여전히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짙게 남아 있었다.
야구장은 토사에 묻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8개의 구장 사이 높이 1.5m의 그물 펜스와 함께 빗물에 떠밀려온 물건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흙탕물이 고인 구장은 마치 폐허를 연상케 했고, 곳곳에 흙더미가 쌓여 참담한 모습이었다.
대전 천변 야구장의 이같은 피해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집중호우로 갑천야구장뿐 아니라 오정동 구만리야구장, 둔산동 샘머리야구장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2008년 개장한 갑천야구장은 1~8구장으로 구성돼 대전 사회인 야구의 중심지 역할을 했으나, 매년 폭우로 황폐화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대전야구소프트볼협회의 권혁민 사무국장은 "천변 야구장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강수량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폭우가 쏟아지면 야구장이 견딜 수 없는 상태"라며 "이전에는 4년 주기로 문제가 발생했지만, 최근 매년 같은 문제가 생긴다"고 전했다.
천변 야구장의 대규모 훼손으로 대전지역 사회인 야구 리그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야구장 복구를 위해서는 포크레인으로 떠밀려온 흙을 제거하고, 펜스 등 시설을 재설치한 뒤 새로운 흙과 잔디를 깔아야 한다. 갑천야구장은 잔디가 심어진 지 10년이 넘어 폭우에 쓸려가지 않았으나, 다른 시설들은 매년 큰 손상을 입고 있다.
펜스 등의 시설 재설치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구장 하나당 평균 3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갑천야구장이 하수종말처리장 이전 공사로 사용할 수 없게 될 예정이다. 대전 지역 사회인 야구인들은 매년 폭우로 피해를 보는 천변 야구장 대신 더욱 쾌적하고 안정적인 새로운 야구장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다.
지역 아마추어 야구인은 "대전에선 사용할 야구장이 거의 없고 예약이 어려워 차라리 타지역으로 나간다"며 "하루빨리 새 야구장이 생겨 대전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