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말아야 할 우리지역 독립영웅들]
현 세대에 맞는 역사 교육·보훈의식 필요
젊은 세대들 역사 잊는 것 같아 안타까워
평생 잊지 않을 학교 교육 이뤄지길 바라

▲ 김능진 광복회 부회장_김병우 선생 손자.사진=함성곤 기자
▲ 김능진 광복회 부회장_김병우 선생 손자.사진=함성곤 기자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김능진 광복회 부회장·김병우 선생 손자

"전 국민이 역사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우리나라의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올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합니다."

김능진 광복회 부회장은 사실이 확실한 역사적 사건들도 각자의 이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적인 이유와 이념 등으로 각 분야에서 반으로 갈라져 있다"며 "더 건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건을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부회장이 직책을 맡고 있는 광복회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을 했던 유족과 후손들이 결성한 단체로, 이들은 선열들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현대에도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부회장 역시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다. 그의 조부 김병우 선생은 3·1운동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3·1운동 당시 경북 안동에서 김익현, 황인규, 김계한 등과 함께 기독교도 대표로 거사 계획을 추진했던 김 선생은 독립만세운동 이후 일제의 주동자 색출에 검거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리어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현 세대에 맞는 역사 교육과 보훈 의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김 부회장은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를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념일에만 역사적 사건을 되돌아보며 딱딱하게 우리 역사를 배우는 것보다 평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뿐만 아니라 부모나 어른들이 평소 젊은 세대에게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구전으로 전하다 보면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그렇게 얻은 배경 지식과 역사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다음 세대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다"며 "선조들의 역사와 정신이 미래 세대에게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양준영 광복회 대전시지부장_양기탁 선생 손자.사진=함성곤 기자
▲ 양준영 광복회 대전시지부장_양기탁 선생 손자.사진=함성곤 기자

양준영 광복회 대전시지부장·양기탁 선생 손자


"우리 곁에는 다양한 보훈 시설과 역사 콘텐츠가 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고 기리는 것을 무겁게만 느끼기보단 편안하게 접하며 기억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합니다."

양준영 광복회 대전시지부장은 앞으로 역사의식과 보훈정신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나가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양 지부장은 "대전과 충남 등 충청권은 현충원이나 독립기념관처럼 보훈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점에서 타 시도에 비해 지역민의 역사의식을 고취하는데 유리하다"며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기회들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예산이나 집행권을 갖고 있는 건 기성세대니 그런 분들이 젊은 감각에 맞춰 보훈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게 적극 지원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양 지부장의 조부는 도산 안창호 선생과 함께 조국 광복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비밀결사 ‘신민회’를 처음으로 조직한 양기탁 선생이다.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며 언론인으로서도 활동한 양 선생은 외세 침략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투옥과 탈출, 투쟁을 쉼 없이 이어나간 인물이다. 이후 양 선생은 항일운동을 지속하다 1934년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국무위원이자 대표인 국무령으로 선출돼 임시 정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을 보탰지만 1938년 4월 19일 68세를 일기로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일생을 마쳤다.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쳐 거사를 치른 조부를 생각하면 항상 감회가 새롭다는 양 지부장은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들이 역사를 잊고 살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의 청년들은 과거와 무관한 세대들이 많아 역사적 사실을 그저 점수를 위한 암기 과목으로만 생각해 점차 잊혀지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우리의 역사는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며 순국선열의 희생정신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가 살아온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여러 보훈 정책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보현 충남대 간호학과 재학생_이병관 선생 증손녀
▲ 김보현 충남대 간호학과 재학생_이병관 선생 증손녀.사진=함성곤 기자

김보현 충남대 간호학과 재학생·이병관 선생 증손녀

"가끔 주변 친구들을 볼 때면 역사적인 일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을 떠나서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럴까봐 걱정 되죠"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보현(22) 씨는 본인과 같은 청년세대들이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김 씨는 "최근 친구에게 독립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자고 한 적이 있는데 친구는 어둡고 우울한 내용의 영화는 싫다고 하더라"며 "우리 세대는 과거의 일들을 잊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이런 영화라도 보며 화도 내보고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의 증조부는 3·1운동이 일어난 당시 서울 남대문역에서 학생단 제2회 독립만세시위운동에 참여해 독립기를 받들고 적포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부르짖은 이병관 선생이다.

당시 이 선생은 시위 이후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방문한 서울역에서 일본 경찰에게 붙잡혀 재판을 받고 8개월여 간의 옥고를 치렀는데 그의 나이 겨우 중학교 3학년이었다.

김 씨는 "초등학생 때 할머니를 통해 증조부의 독립운동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당시 어린 나이였는데도 가족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역사과목을 배울 때 증조부의 이름이 나올까 더욱 집중해 공부했다는 그는 간호학과에 진학한 이유도 증조부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씨는 "증조부가 나라를 살리기 위해 희생하셨듯이 나 또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간호학과를 선택했다"며 "독립운동과 간호는 ‘희생’이라는 공통된 정신을 공유한다고 믿는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청년 세대들이 순국선열의 희생정신을 본받고 역사적 가치를 지속해서 되새기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받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김 씨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과목은 암기과목으로만 접하게 되는데 이는 시험이 끝나면 결국 잊어버리게 된다"며 "단순 암기가 아니라 평생 잊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수학 공식 같은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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