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현장 의견 반영 안된 일시적 미봉책 지적
“대통령 직속 위원회 만들어 새로 짜야” 의견도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정원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충북지역 의료계는 근본적 해결 방식이 아니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의대 정원 관련 특별브리핑’에서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충북대와 충남대, 강원대, 경상국립대, 경북대, 제주대 등 6개 국립대 총장들은 지난 18일 공동명의의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정부는 2025학년도 대학입학 전형의 경우, 각 대학별로 자체 여건을 고려해 증원된 의대 정원의 50~10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건의한다"고 했다.
한 총리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인 모양새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2025학년도 각 대학의 의대 정원 배정에 따르면 충북대 의대는 151명이 늘어난 200명,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는 60명이 증가한 100명이다.
지역거점대학인 충북대의 의대 정원 증가율(4배)은 전국 최대 규모다. 충북도는 같은 날 "충북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과 지역균형발전 실현, 충북 교육개혁의 새로운 전기(轉機)가 마련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크게 반겼지만, 의료계는 반대로 전공의 의료현장 이탈 등으로 강하게 맞섰다.
정부가 대학의 정원 감축 요구를 한시적 수용 형태로 받아들인 상황이어서 충북지역 의대 정원도 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충북지역 의료계는 이번 정원 조정은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부와 대학의 일방적 희망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부 대학총장들이 대정부 건의문을 내고, 정부가 이를 수용한 형국인데 충북대의 경우 총장과 의대 교수들 간 정원 조정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의료계와 논의 없이 얼마만큼 정원을 조정하겠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의료계와 함께 증원 프로세스를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공의와 학생들이 (의료현장과 대학에)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 관련위원회를 만들어 지방필수의료 구축안 등을 논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청주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논의 없는 한시적 의대 정원 조정은 정부의 일방통행 소통에 불과해 의미가 없다"면서 "의료계와의 양방향 소통을 통해 지역의료 개선과 발전을 위한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