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킬러문항 배제 결정에
학생들 "시기 부적절·성급"
물수능에 재수생 증가 우려
"지역대 응시 줄것" 관측도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지금까지 기조에 맞춰 공부하고 대비했는데 갑자기 무언가 바뀐다는 식으로 상황이 흘러가 혼란스럽네요. 여태 6월, 9월 모의고사를 보면서 수능의 흐름을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6월 모의고사 이후 이런 상황이 펼쳐지니 기회까지 한 번 줄어든 느낌입니다.”
19일 대전의 한 재수학원 입구에서 만난 이원일(20) 씨와 유현규(21) 씨는 갑작스런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출제 기조 변화에 이 같이 우려했다.
다른 학생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학원 인근에서 만난 손승우(20) 씨는 “시기가 부적절하고 성급한 면도 있어 보인다”며 “학생들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싶고 크게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당정이 수능에서 변별력을 위해 출제되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 출제를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선 ‘물수능’으로 인해 재수·반수생이 양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지역대학 응시자 감소까지 초래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고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 모(48·여·대전 서구) 씨는 “매번 물수능 논란이 빚어질 때마다 재수생이 늘었단 기사가 쏟아졌다”며 “하루 아침에 엎치락뒤치락하는데 변별력이 사라지면 책임질 수 있나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최근까지 대전 한 고교 교장으로 재직했던 A씨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했으면 모를까, 대통령 한마디에 정치적인 측면에서 풀어버리니까 현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능 출제에도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얘기하자면 다른 손 볼 문제가 오히려 많다”며 “지역대학은 미달이 나고 의대는 경쟁률이 300대 1을 넘는데 변별력이 사라지면 더 큰 혼란이 올 거다. 의대 문제부터 해결이 안되면 사교육도 못 줄인다”고 강조했다.
지역 대학가에선 당장 정부 방침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시 비중이 비수도권 대학 평균 80%를 상회하는 만큼 일부 의대·약대 등 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계열에서만 변별력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이다.
다만 정시 모집에서 지역대학 응시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전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정시 모집엔 3곳을 쓸 수 있는데 모두 성적이 고르게 상향된다면 모두 서울권을 쓰려할 것”이라며 “응시자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