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오락가락하던 날씨가 변덕을 끝냈다. 이젠 정착하기로 했나 보다. 문제는 그 정착지가 ‘여름’이란 거다. 날씨의 불시착이다. 5월인데 여름이다. 너무나 무덥다. 쨍쨍거리는 태양에 모두가 찡찡이가 된다. 밖만 나가면 미간이 자동으로 찡그려진다. 냉방제품들이 마트의 앞자리를 차지한다. 한 두개 꺼내던 여름옷 박스가 어느새 비워져있다. 하루 두 번 샤워는 기본이다. 올해 첫 수박을 이미 맛봤다.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던 후배조차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파로 돌아섰다. 회사 에어컨은 조기 출근 중이다. 벌써 여름이었다.
☞사람은 더우면 단순해진다. 부서원들과 심혈을 기울여 점심 메뉴를 고른다. 그렇게 열심히 골라도 밖에 나오면 무용지물이다. 태양을 만나면 자동으로 공손해진다. 머릿속엔 냉면·콩국수·밀면만 남는다. 거의 ‘면무새(면+앵무새)’다. 더운 식당은 가질 못한다. 음식이 맛있다 한들 더우면 소용없다. 더우면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음미의 시간이 땀 닦는 시간으로 변질된다. 밥을 먹다 화를 내고 싶진 않다. 그걸 아는지 식당들도 벌써부터 냉방 중이다. 손님으로서 고맙다가도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요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16일부터 전기 요금을 kWh 당 8원 인상했다. 기존 요금에 비해 5.3% 올랐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3020원을 더 내야 한다. 문제는 이번 여름에 ‘장기 폭염’이 예고됐다는 것이다. 그놈의 슈퍼 엘니뇨 때문이다. 7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엘니뇨는 극단적이다. 엄청난 폭우와 폭염을 일으킨다. 그러다 보니 올해 여름은 더 더울 것이다. ‘냉방비 폭탄’은 불가피한 일이다. 거기다 가스비도 함께 올랐다. 고지서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서민의 한숨이 깊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버는 건 똑같은데 나가는 건 커져만 간다. 모두가 괴로운 여름이다.
☞동물도 괴롭다. 얼음은 더 녹을 것이다. 북극곰은 더 많이 익사할 것이다. 황제펭귄은 더 사라질 것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환경을 지켜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편한 물건들을 버리는 게 어렵다. 일회용품을 포기하는 것이 힘들다. 그래도 해야 한다. 아직 완전한 이별은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씩 줄이고 있다. 그러다보면 나아질거라 생각한다. 안하는 것보단 나을것이다. 매주 한번씩 투명페트병·종이팩을 모아 AI 분리수거함에 넣는다. 돈도 벌고 환경을 아꼈다며 위안을 삼는다. 더울수록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날씨에게 화날수록 환경을 봐야 한다. 엘니뇨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