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스와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은 그 특성상 국제정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국가가 어느정도는 조절을 할 수 있지만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의 급격한 가격 상승은 요금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국가 경제와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요금 인상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오일쇼크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지난해 연말 전기요금 인상과 가스요금 폭등을 경험했던 서민들을 벌써부터 올 여름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의 폭등은 모두에게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서민들이 입는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같은 크기의 시련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취약계층이 체감하게 될 올 여름 전기요금 인상 여파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다. 충청권에서만 올해 벌써 8000여명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밀리거나 끊겼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난 수치다. 5월 중순부터 일부 지역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나들고 있어 7월과 8월 폭염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해 평균 사용량까지 인상분 적용을 1년간 유예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른 폭염과 긴 장마까지 예고된 올여름 에너지 취약계층이 더욱 늘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에너지바우처와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등 지원 정책이 있다지만 대부분 경제적 수준을 지원 기준으로 하고 있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각지도 발생 우려도 여전하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정부가 나서 사각지대 없는 꼼꼼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금체납에 따른 단전으로 인해 취약계층이 열사병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불행한 뉴스가 올 여름에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지역 및 가구별 특성 등을 고려한 취약계층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적어도 소득의 차이로 인해 생명이 위협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냉방을 하지 못하고 생명을 잃는 일은 대한민국 국격에도 맞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