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계기 학교 ‘안전한 공간’ 인식 대전환
허술한 외부인 출입 통제 등 문제 수면위로
배움터지킴이·CCTV 확충 등 각종 대책에도
현장 교사들 “여전히 불안하다” 실효성 지적
정부, 안전대책 없이 학교시설 개방 기조 유지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 평온했던 학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40대 교사가 수업이 끝난 후 화장실을 가는 도중 무단 침입한 외부인으로부터 기습공격을 받은 것이다.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일명 ‘대전교사 피습사건’이다.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한 달도 안 돼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전국 교사들은 교권 침해를 목 놓아 울었고,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안에서 교사가 극단 선택에 이어 칼부림까지 당하자 지역사회는 또 다시 큰 충격에 빠졌다. 대전교사 피습사건은 학교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학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라는 인식에 대전환이 일어났다. 대전시교육청은 부랴부랴 학교 안전 실태를 조사했으며 후속조치는 현재 진행형이다. 일각에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더 더욱 필요하다며 불만도 제기한다. 충청투데이는 대전 교사 피습사건 후, 6개월간 교육현장에 일어난 변화와 남은 과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교사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교사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범죄의 온상 된 학교, 무너진 안전망에 각성한 교사들

동료의 안타까운 사고로 대전은 물론 전국의 모든 교사들은 공포와 불안감에 떨었다.

어떤 이들은 있어선 안 될 끔찍한 참사라며 할 말을 잃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교사는 ‘터질게 터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학교는 주민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개방시설이라는 사회적 인식 아래, 감춰왔던 그들의 고름도 터지고 말았다.

대전의 한 초등교사는 “아침 일찍 괴한이 여자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교사들에게 걸린 적도 있다. 카드 판촉 사원부터 화장품 판매업자까지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들어온다”며 “외부인침입은 교사들에겐 너무도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 안에서 자신도 언제 어떤 위협을 당할지 모른다는 이들의 두려움은 머지않아 분노로 변했다.

대전지역 교원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무너진 학교 안전망을 강도 높게 질타했고, 가슴 속 담아뒀던 교권 침해 사례도 수면 위로 올렸다.

외부인 침입에 의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은 학교현실을 동료의 사고로 또 다시 직면한 그들은 무분별하게 개방된 학교현장의 문제점을 강하게 토해냈다.

 

◆움직인 교육청…각종 대책 마련, 교육계 “여전히 불안하다”

교직사회의 들끓는 분노는 교육당국을 움직이게 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사건 이후 한 달만에 대응책을 마련했고, 예비비를 긴급투입해 학교 안전시설부터 강화했다.

현재 희망학교 204교에 출입구 자동개폐장치 및 로비폰 설치 비용을 지원한 상태며, 올해 CCTV와 학생안전보호실 또한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학교를 방문해야 하는 학부모나 민원인들은 이젠 각 학교 홈페이지에 개설된 예약 시스템을 통해 사전 신청 후 출입할 수 있다.

배움터지킴이는 올해 학교당 1명씩 증원돼 89명 늘어난 총 531명으로 늘어난다.

다만 일각에선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마련했을 뿐이라며 여전히 불안감을 드러낸다.

특히 노인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시작된 배움터지킴이는 권한은 적고 책임만 늘었다.

신원 확인이나 흉기 등 소지품 검사 권한이 없어 실질적인 통제에 한계가 있다.

순찰부터 CCTV 감시, 학폭예방활동, 교통지도, 출입통제까지 모두 하루 4만원 남짓의 일당을 받는 고령의 자원봉사자가 맡아야 하는 업무다.

엄밀히 말하면 배움터지킴이의 역할은 외부인 무단침입 방지보단 교통통제나 학교폭력 발생 시 신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운영계획엔 외부인이 신분을 거부하거나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사항 등 출입통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물론 이들의 안전을 보호 하는 내용 역시 전무하다.

출입통제 강화를 이유로 증원 배치되지만 실효성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은 “1명씩 증원 한다 해도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되면 결국 1명만이 정문을 지키는 것은 예전과 동일하다”며 “인력을 비롯해 CCTV 등 보안시설 추가설치 시 관리 주체 등 사후 운영방안에 대해 더욱 꼼꼼하고 세심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쌓았다 허물었다, 안전vs편의 ‘오락가락’ 학교 담장 정책

김대중 정부 시절 시작된 ‘담장 없는 학교 정책’은 정권에 따라 허물고 쌓기를 반복하며 교육현장에 수많은 혼선을 야기해 왔다.

지난 2012년 추진했던 학교 공원화 사업은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서 벌어진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을 계기로 중단된 바 있다.

범죄 및 학교안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교원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외부인 출입 제한을 촉구했고, 일관성 없이 흔들리는 학교 울타리는 안전과 편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정책을 확대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이번 대전 교사 피습사건 이후에도 개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교육계의 안전사고 우려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지만 이를 보완할 구체적인 대안은 부재하다.

대전은 현재 대전고 체육관 부지를 활용해 공공도서관을, 충남중엔 어린이청소년 도서관을 건립 중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역시 정부에 추가 지정 신청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평가에서 학교안전계획은 여전히 강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범죄예방환경 설계(CPTED)로 학생과 주민을 분리하고 원격통합관제시스템 등을 활용해 상시모니터링하겠다는 기존 계획 외 올해 지표 상 강화된 부분은 없다.

내달 추가 공모가 있을 예정인데 전체 130점 중 안전 관련 배점은 10점에 불과하다.

지난해 사고가 있었던 만큼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배점을 더욱 높여 교육청과 지자체 차원에서도 학교 안전 강화 필요성을 더욱 고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우재근 교육부 교육시설과 담당 사무관은 “안전대책수립 지표는 전년과 동일하게 배점이 10점이지만 올해는 공사중과 사후 조치를 5점씩 구분해 평가할 예정”이라며 “또 출입 동선에 셉티드를 반영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대책 강화 필요성에 대한 질의엔 “현재 학교안전관리시스템 정책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결과에 따라 세부규정을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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