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폭력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학교폭력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교원의 과중한 학교폭력 업무 부담을 경감하고 사안처리 절차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되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다. 신학년 신학기가 코앞인데도 불구하고 목표했던 채용 인원조차 채우지 못하면서 운영 차질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제도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조사관 보수 등 현실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한 준비로 인해 지원자가 예상보다 훨씬 적다보니 각 교육지원청별로 배정된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충청권 교육청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전의 경우 동부와 서부교육청 두 곳에서 4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26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충북과 충남 역시 각각 120명과 135명 채용을 계획했지만 74명과 87명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지원자의 전문성 등을 꼼꼼하게 따지다보니 채용인원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조사 건당 20만~30만원 수준의 보수를 책정해 놓고 전문성을 갖춘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려던 계획 자체가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현실성 없는 보수를 책정하고 시작된 학폭 전담 조사관 제도가 도입 취지 그대로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부족한 인원으로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학교폭력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학교폭력 조사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해관계가 매우 예민해 공정하고 정확한 조사가 핵심인데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꼼꼼하고 편견 없는 조사가 가능할지 걱정이 앞선다. 부족한 인원에 따른 업무 부담 가중으로 추가 이탈도 우려된다.

코앞으로 다가온 신학기를 감안하면 이미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제도의 실효성 있는 안착을 위해서는 이번 학기 운영을 통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할 점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전문성을 갖춘 양질의 인력 확보를 위해 현실적인 보수 책정도 다시 검토해야할 사안이다.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담 조사관 제도 도입 전 철저한 준비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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