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사각지대, 大田의 모순]
③ "귀농 통계 없는 건 지자체 직무유기…조례 정비·지자체 연대해야"
심재헌 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인터뷰
읍·면 없는 대전 농가 차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
광주 광산구 자체 조례 제정 등 사례 소개
인구감소지역의 읍·면·동 단위 지정도 제안

▲ 심재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대전(大田), 크고 넓은 밭이라는 지역의 명칭이 희미해지고 있다. 과학수도를 자처하고 꿀잼도시라는 새 명성을 쌓았지만, 지역명의 유래가 된 농업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대전에도 1만여 농가가 있고 지역 면적의 10분의1에서 경작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농업 정책이 농촌에 방점이 찍히면서 대전은 국가 귀농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심지어 귀농 정책자금도 받을 수 없다. 지자체도 대전에 정착하려는 예비 농업인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내지 않고 있다. 대전의 농민들은 지역의 농업 비전이 정부와 지자체의 무심 속에 빛을 잃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저출산에 광역시도 소멸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귀농은 대전이 미래를 준비하는 또 하나의 열쇠다. 충청투데이는 귀농의 관점에서 대전을 돌아보는 기획 ‘귀농 사각지대, 大田의 모순’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중앙정부 탓을 넘어 지자체의 즉각적 행동이 필요하다. 먼저 자체 통계를 마련하고 조례를 정비해야 한다. 귀농인 통계, 농가소득 통계조차 없다는 것은 지자체의 직무유기다."

심재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전의 농업 발전을 위해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심 박사는 지역개발 및 농촌공간계획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그가 직무유기를 언급하며 자체 통계 확보를 강조한 배경에는 정부의 귀농 정책에서 대전이 받는 상대적 차별이 자리하고 있다. 창업이나 주택구입 같은 정부의 귀농 정책자금 지원사업은 ‘읍·면(농촌)으로 이주 후 농업경영제를 등록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대전의 경우 행정구역상 동으로만 이뤄져 지난해 기준 1만 1767개 농가가 영농하고 경작·재배지도 전체 면적의 13%(69.29㏊)에 달하는데도 귀농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즉 정부 지원에서 배제된 사각지대를 극복하려면 지자체부터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심 박사의 시각이다.

심 박사는 "건강보험료, 학자금, 농민수당 등 중앙 및 지방정부 지원 사업에서 단지 읍·면이 아닌 동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전이 자체 조례 정비부터 나서야 한다며 제주와 광주 광산구의 사례를 소개했다.

심 박사는 "농지 면적을 기준으로 농촌지역을 지정한 제주도의 사례를 참고해 대전시도 자체 조례로 ‘준농촌’ 지역을 명확히 설정하고 관련 통계를 생산해야 한다"며 "광주 광산구는 ‘대도시 농민 역차별 해소 조례’를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대전처럼 읍·면이 없어 귀농 등 정부의 농업 지원에서 소외받는 광주와 적극 협력해 중앙정부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특히 동지역 농민이 겪는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행정안전부의 인구소멸지역을 시·군·구 단위에서 읍·면·동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년은 인구소멸지역 재지정 시기다.

심 박사는 "대전 같은 광역시는 자치구 내 농촌 동지역 인구가 감소해도, 도심 동지역 인구 때문에 구 전체 통계는 양호하게 나타나는 ‘통계적 착시’가 발생한다. 결국 동지역은 또다시 지원에서 배제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전의 농업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근교농업 기지’라는 강점을 살린다면 예비 농업인에게 매력적인 정착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심 박사는 "접근성과 생활 여건 측면에서 대전 도심이라는 거대 소비시장에 인접해 신선채소 등을 공급하기 최적"이라며 "푸드마일리지를 획기적으로 줄여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고, 지역 식량안보의 보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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