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빠진 세종시 ‘친환경종합타운 조성사업’ 휘청

내년 착공 예정이지만 사업비 1660억 예산 부족분 충당용으로 사용
市 예산 부족분 메우기 위해 기금 써…사업비 사라지며 추진 불투명
시 재정구조 취약성 사례로 평가… 착공 지연 시 악순환 불 보듯 뻔해
세종시 "시비·예탁금 확보로 추진 문제 없지만 다른 사업 차질 우려"

세종시 폐기물 처리 시설인 친환경종합타운 조감도[세종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청투데이 이승동 기자] 세종시의 최대 현안인 ‘친환경종합타운 조성사업’이 사상 최악의 재정난과 통합안정화기금 내부거래 논란에 휘말리며 또 다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수년간의 법·행정적 진통 끝에 내년 착공이 예고됐던 친환경종합타운 조성사업.

시가 이미 확보한 사업비 1660억원을 예산 부족분 충당용으로 전용하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가 이 사업비를 다시 복원할 여력이 현재로선 없다는 점이다. 설령 복원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다른 주요 현안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개발부담금 형태로 사업비를 받아 통합안정화기금에 예탁해뒀다. 이 기금은 재정수입의 불균형을 조정하고 여유 재원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조성된 재원이다.

안정적인 세입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시는 예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기금을 내부적으로 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비가 공중분해되면서, 사업추진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시 재정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기업 부재로 법인지방소득세 수입은 미미하다. 핵심 세입원이던 아파트 취득세도 사실상 고갈됐다.

시는 내년도 예산 편성을 위한 세입 추계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세입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사회복지 예산과 기반시설 운영비, 법정 의무경비 등 세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당장 유니버시아드 대회 분담금, 한글 관련 예산 등 추가 지출 등도 예정돼 있어, 시 재정 전반이 마비 위기에 처한 상태다.

‘친환경종합타운’은 일일 480톤 규모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규모 환경 인프라다.

당초 2025년 사용을 목표로 했지만,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반발과 소송이 이어지면서, 5년 이상 지연됐다.

최근 감사원 공익감사, 검찰 진정, 경찰 고발 등 모든 법적 절차에서 ‘위법 없음’ 결론이 난 상태로, 마지막 남은 행정소송(입지결정 고시처분 취소)에 대한 법원 판결만을 앞두고 있다.

시가 알린 일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6년 96톤에서 2024년 206톤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존 처리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2023년 기준 외부 위탁 처리 비용만 연간 129억원에 달한다.

착공이 다시 지연될 경우, 폐기물 처리 비용 증가, 행정력 낭비, 주민 갈등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는 법적 판결 이후 행정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착공 속도를 높일 계획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관건은 돈이다.

친환경종합타운 사업비 내부전용은 시 전체 재정구조의 취약성을 고스라힌 드러낸 사례라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내년부터 설계비 등 사업비가 본격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만큼,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국비 3억원이 확보된 상태로 당장 내년 시비 10억원과 통합안정화기금 예탁금 50억원이 투입돼야한다”면서 “토지보상비 250억원도 무리없이 투입된 상태다. 사업 진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믿는다. 단, 친환경타운 사업비가 우선 투입되면, 다른 사업의 경우 예산 확보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