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시설 98% 경로당 집중, 이용률은 28%로 급락
노인복지관 전무한 세종시, 대전도 5년간 증설 제로
전문가 '경로당 중심 구조 탈피, 맞춤형 프로그램 필요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급속한 고령화 속도에 여가복지 인프라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충청권 112만 노인들이 '여가 빈곤' 상태에 놓였다.
노인복지시설 98%가 경로당에 몰려 있지만 정작 이용률은 28%로 급락해 건강한 노인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충청권 노인인구는 93만5000명에서 112만 9381명으로 20.8%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구 급증에도 의료복지시설과 여가복지시설의 확충 속도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요양시설 등 노인의료복지시설은 11.2% 증가한 반면, 여가복지시설은 2.9% 증가에 그쳤다. 건강한 노인들이 갈 곳을 잃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문 관리가 가능한 노인복지관과 노인교실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전과 세종의 경우 최근 5년간 복지관이 하나도 늘지 않았다,
특히 세종은 아예 노인복지관이 한 곳도 없어 건강한 노인들이 체계적인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한 상태다.
충북과 충남도 각각 5개, 2개만 증가했다.
노인 인구가 20% 넘게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많은 노인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인교실 역시 마찬가지다.
충청권 전체로는 2020년 92개소에서 지난해 104개소로 13% 증가했지만, 대부분 충남 지역 중심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여가복지시설의 대부분이 경로당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충청권의 노인여가 복지시설 1만1764개 중 1만1608개(98%)가 경로당이었다
경로당은 운영 시간이 한정적이고 프로그램도 단조로워 다양한 여가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아울러 고령층 위주의 폐쇄적 구조와 위계 문화 때문에 신규 이용자 접근이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 전국 경로당 이용률은 28%까지 떨어졌다.
지역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경로당이 배타적 공간으로 변하면서 복지 사각지대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처럼 노인들이 즐길 공간이 부족한 문제는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충청권 60세 이상 노인의 우울증 진단 건수는 지난해 4만717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4만2155건에서 1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청장년층이 헬스장, 문화센터, 동호회 등으로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것과 달리, 노인층은 스트레스 해소나 삶의 활력을 얻을 통로를 찾기 어렵다.
신체적 제약과 디지털 소외까지 겹쳐 복지 정보 접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시설 수 증가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로당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세대 간 소통 프로그램 개발, 전문 인력 배치, 다양한 취미활동 지원 등 새로운 복지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 복지계 한 관계자는 "현 노인복지 정책은 생존권 중심에 머물러 있지만, 고령화 시대엔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어떻게 의미 있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경로당 중심의 획일적 여가복지에서 탈피해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