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해 수도권 대대적 전력망 연결하는 게 목표
지역산업 거점에도 연결한다지만 RE100 기업 비수도권 오지 않을 듯
반도체 전략산업 내세운 대전 고민 깊을 수 밖에… 지산지소 역행 비판도

송전탑.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송전탑.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이재명 정부가 예고한 산업계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두고 그간 수도권 전력공급 배후지 역할을 해야만 했던 충청권에선 ‘패싱’과 ‘균형발전 역행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관련기사 5면

사실상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한 정책에 그칠 우려가 큰 데다가 재생에너지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될 호남권에만 RE100 산단 등 인프라 조성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현 정부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을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내세웠다. 호남권을 차세대 전력망 혁신기지로 삼고 수도권까지 해저 송전망으로 연결, 추후에는 전체 국토를 U자형으로 에워싸는 망을 구축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겠단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시장에선 국내 협력사에 RE100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필요성에는 지역 경제계 안팎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현 시점까지 드러난 계획만으로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게 경제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우선 전력망을 수도권에 대대적으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예견된 상황이다.

문 정부는 수도권 인구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공장총량제까지 예외적으로 무력화하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에서도 유치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고 해당 사업은 정권을 거듭하며 대폭 확대, 세계 최대 규모의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로 추진되면서 지역사회에선 대표적인 수도권 집중화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이후 규모가 대폭 확대된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용수 공급 문제에 직면하게 됐고 이때 등장한 것이 윤석열 정부 시절 여야 합의로 제정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과 ‘국가 전력 고속도로’다.

윤 정부는 현 정부 계획과 달리 원자력 중심의 횡축(영동~용인)과 재생에너지 기반의 종축(호남~용인) 전력망 구축을 계획했다. 사실상 현 정부에선 이러한 계획들을 보완, 수정한 셈인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이 주목적이라는 점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서울로 가는 뻥 뚫린 길이 아니고 대한민국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첨단 전력망"이라며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을 위한 특별법조차 제안 목적이 반도체 클러스터와 수도권 전력 공급, 장거리 송전선로 확충 등이었던 만큼 경제계의 우려를 크게 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각 지역 산업 거점에도 에너지 고속도로의 전력망을 연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건은 수요다.

경제계에선 향후 수도권 재생에너지 공급과 기반시설이 대폭 확대된다면 RE100 이행 기업 등이 비수도권으로 올 이유가 전무하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전 등을 비롯해 반도체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전면에 내세운 지역들은 더욱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그나마 RE100 기업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할만한 RE100 산단 조성도 호남권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며 전력망이 지날 충청권은 ‘패싱’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충남의 경우 올해 공고된 11차 전력수급계획에도 호남권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연계할 송전선로(345kV) 건설이 대거 포함된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내세웠던 에너지 ‘지산지소’(지역 내에서 전력 생산·소비)를 역행한다는 비판과 함께 자칫 충청권은 전력망이 지나는 길목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관건은 지역에도 RE100 산업 수요가 생길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지금 정부 정책엔 수도권의 기업 분산이나 그런 논의가 없어 보인다"며 "에너지 고속도로 최대 수혜는 수도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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