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 전투 사진 등 유물 공식 인수
국제 교류 통한 역사·보훈적 가치 확산
市, 국립군사미래박물관 건립 ‘잰걸음’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계룡시가 지난 4일, 시청 상황실에서 거행된 유물 인수식을 통해 국립군사미래박물관 건립을 향한 첫 실질적 행보에 나섰다. 이날 인수된 유물은 6·25전쟁에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했던 故 길버트 하우펠스(Gilbert Hauffels) 기관총 사수가 생전에 남긴 참전 사진 앨범으로, 룩셈부르크 국립군사역사박물관(MNHM)이 소장하고 있던 귀중한 전쟁 사료다.
이번 인수는 지난해 11월 이응우 계룡시장이 룩셈부르크를 공식 방문하며 MNHM과의 업무협약을 약속한 뒤, 올해 2월 협약 체결로 이어진 양 기관 간 협력의 첫 성과물이다. 유물은 지난달 24일 박미희 룩셈부르크 한인회장을 통해 항공편으로 전달됐으며, 공식 인수식은 이 시장을 비롯해 육군 군사연구소장, 대전과기대 문화유산보존기술연구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진행됐다.
故 하우펠스씨의 사진 앨범에는 백마고지 전투 등 실제 참전 현장의 생생한 모습과 당시 한국의 풍경, 전우들과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한 전쟁 기록을 넘어, 인간적인 교감과 시대의 진실을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자료로 평가받는다.
MNHM 브누아 니더콘 관장은 “이번 유물 인수는 양 기관 간 신뢰의 결과이며, 공동의 역사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기 위한 훌륭한 시작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응우 시장 또한 “이번 유물은 전쟁의 참상을 넘은 인류애와 평화의 상징”이라며 “국립군사미래박물관 건립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계룡시는 인수한 유물을 시청 로비에 특별 전시함과 동시에 디지털 아카이브화하여 후속 세대를 위한 교육 및 보훈 자료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나아가 향후 건립될 국립군사미래박물관의 ‘1호 유물’로 지정하고, 유엔참전국과의 문화·보훈 교류의 상징적 자산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계룡시는 군문화축제를 중심으로 국방 관련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다져왔으며, 국립군사미래박물관 유치를 위한 다양한 준비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번 유물 인수는 그 일환으로, 계룡시가 단순한 군사도시를 넘어 국방과 평화를 잇는 국제적 역사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계룡시가 추진 중인 국립군사미래박물관은 단순한 군사사 전시 공간을 넘어,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 참전국과의 우호 증진, 보훈의 가치 확산을 동시에 아우르는 종합적 역사·문화 공간으로 구상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참전국의 유물과 자료, 그리고 생생한 증언을 모으고 공유함으로써, 국제적인 역사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계룡시가 이번 유물 인수를 시작으로 향후 어떤 역사 자산들을 추가로 확보하고, 이를 시민과 세계에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박물관의 외형이 아닌, 그 안에 담길 콘텐츠와 가치가 계룡시를 국방·평화도시로 이끌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