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 양지천·농소천 지난달 범람
주택·농경지 침수 6차례 이상 반복
국비 대상 해당에도 정부 지원 아직
[충청투데이 윤양수 기자] “2018년에 이미 위험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예산이 없어 그대로 두고 있다가 또 넘쳤어요”
지난 7월 중순, 청양군 양지천과 농소천이 또다시 범람했다. 제방이 붕괴되고 주택과 비닐하우스가 침수됐으며 농경지는 흙더미에 묻혔다. 그런데 이번 피해는 단순한 자연재해로만 보기 어렵다. 두 하천 모두 2018년 이미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어 정비계획까지 수립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비가 지원되지 않아 아무런 공사도 진행되지 못했고 결국 ‘예고된 피해’가 현실로 반복됐다.
양지천(운곡면)은 총 11억 9,3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고 농소천(대치면)도 11억 9,800만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청양군은 두 하천에 대한 개선복구계획을 수립해 총 495억 원의 복구 예산을 중앙정부에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 국비 지원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청양군에 따르면 이번 호우는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나흘 동안 양지천 유역은 최대 354mm, 농소천 유역은 382mm의 누적 강우량을 기록했다. 24시간 기준으로는 두 하천 모두 100년 빈도의 폭우에 해당하며 기존 소하천 정비계획의 기준치를 훨씬 상회한다.
문제는 두 하천 모두 통수단면 부족, 제방고 미달, 노후 교량 다수라는 지형적 취약성을 안고 있으며 이미 2018년 수립된 ‘청양군 소하천정비종합계획’에서 이러한 위험이 명확히 지적됐다는 점이다.
양지천의 경우 제방 및 호안 유실 832m, 주택 반파 1동, 농경지 0.42ha 매몰 피해가 발생했다. 농소천은 제방 유실 1,160m, 주택 3동 침수, 비닐하우스 2동 및 농경지 6.82ha 유실 피해가 집계됐다. 두 하천 모두 과거 1995년부터 2023년까지 유사한 침수 피해가 6차례 이상 반복되고 있는 상태다.
피해 주민들의 반응은 절망과 분노에 가깝다. 운곡면 추광리에서 농사를 짓는 박모(66) 씨는 “10년도 넘게 물이 넘치면 군청 직원들이 나와 사진만 찍고 돌아간다. 정비계획은 세웠는데 돈이 없어 못 했다는 말만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농소천 인근의 김모(72) 씨는 “비닐하우스 다 날아가고 흙탕물에 잠겼다. 정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 마을은 계속 위험한 채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양군은 이번 피해 직후 양지천에 279억 9,000만 원, 농소천에 215억 4,000만 원의 복구계획을 수립해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단순한 기능복원이 아닌 하폭 확장과 교량 재가설 등 전면적인 개선복구를 골자로 하고 있다.
양지천은 제방 4.62km 정비와 교량 9개소 재가설이 포함됐고 농소천은 제방 2.6km, 교량 5개소 재가설과 낙차공 9개소, 배수시설 7개소 정비가 계획돼 있다.
두 하천 모두 '자연재해저감종합계획(2023)'과 '소하천정비종합계획(2018)'에 반영돼 있으며 중앙합동조사단의 투자우선순위 평가에서도 각각 82.48점과 78.73점을 받아 국비 지원 대상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최종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복구 착수는 지연되고 있다.
윤양수 기자 root5858@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