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의료 정상화 기대감 속
“나쁜 선례될 것” 일각선 반대 청원
싸늘한 국민여론 등 해결 과제 산적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에 전공의실 앞 복도가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에 전공의실 앞 복도가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전공의 복귀 조건에 정부가 협의 의지를 보이면서 1년 반 동안 이어진 의료 공백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그러나 특혜 논란과 국민 여론, 지역 의료기관의 온도차 등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어 의료 정상화까지 험난한 노정이 예상된다.

22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제시한 3대 복귀 조건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의료체계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며 “수련병원협의회, 대한의학회 등과 함께 수련협의체를 구성해 수련환경 개선 및 연속성 보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협이 요구한 3대 요구안은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 등이다.

여기에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철회하고 정부와 실무협의에 나서면서 의료현장에는 오랜만에 안정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 복귀를 둘러싼 국민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모습이다.

앞서 지난 17일 국회 전자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의대생·전공의 복귀 특혜 반대’ 청원에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4만 6000명이 넘는 동의가 이어졌다.

청원인은 “무책임한 집단행동에 책임을 묻지 않는 복귀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공정성 없이 특례를 허용하면 의료계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이 떠난 사이 의료 현장을 지킨 복귀자나 중증환자 보호자 입장에선 ‘특혜 복귀’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것.

지역 의료계도 이들의 복귀를 단순히 정상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전공의 복귀는 사태의 마무리라는 점에서 환영하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의료 현장이 이미 다른 구조로 재편된 만큼 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의료 체계를 함께 고민하고 정립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의 사과 요구에 대해 전공의는 이미 한 차례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불편을 겪은 환자와 국민에 대한 유감 표명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사과의 의미는 잘못의 인정이 아니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한 전문인의 책임감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만난 전모(48) 씨는 “그간 전공의와 의대생 이탈로 인한 사회적 혼란에 대한 언급 없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돌아오는 건 무책임해 보인다”며 “지금 요구안을 받아들여도 나중에 또 집단행동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수술이 지연되고 아파도 진료를 못 본 환자들에게 최소한의 사과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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