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문화원, 100년 가게 8곳 구술 채록… 지역 삶의 흔적 보존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논산문화원(원장 권선옥)이 추진 중인 ‘논산의 노포’ 구술 채록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충청남도와 논산시의 후원을 받아 진행 중인 이번 사업은 한 자리를 지키며 세월을 견뎌온 사람들의 삶을 기록함으로써, 논산의 근현대 생활사와 지역 문화의 뿌리를 찾아내고자 기획됐다.
‘논산의 노포’는 단순히 오래된 가게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세기 가까운 시간을 한길로 걸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의 변화와 문화의 흐름을 생생하게 포착하고자 하는 시도다. 이번 채록 대상은 총 여덟 명. 백년가게로 불리는 오래된 가게들, 그리고 같은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그 중심에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논산 양촌양조장이다. 3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이 전통 양조장은 약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술을 빚어왔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도 전통의 맥을 잇고, 가족의 손으로 계승하며 지역 술 문화의 중심을 지켜왔다.
또 다른 주인공은 강경읍에서 64년째 문을 열고 있는 문광사 문구점이다. 이곳은 올해 96세인 이구남 어르신이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는 이 어르신의 일상은 단순한 가게 운영을 넘어선, 지역사회와의 오랜 연대의 기록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인터뷰를 넘어, 사진과 영상, 육성 녹취는 물론, 구술 내용을 요약 정리한 책까지 출간하여 보존한다. 이 자료들은 향후 논산의 생활사 연구는 물론, 지역 근현대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가게의 이야기 속에는 가족의 삶, 지역사회와의 관계, 시대 변화의 흔적까지 담겨 있다.
권선옥 논산문화원장은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키며 살아온 이분들의 삶 자체가 논산의 역사”라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 후대에 전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담고자 한다”고 밝혔다.
논산문화원이 진행 중인 이번 구술 채록 사업은 그 자체로 ‘기록의 문화재’를 만들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고 지켜온 시간은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오늘의 기록은 내일의 역사가 된다. 논산의 이야기, 그 중심에 노포의 삶이 있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