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무용지물 도로 차선]
대전시 구획선 예산 3년새 15% 감소
빈번한 하도급·저가 유리알 사용 반복
빗길사고 증가… 차선 시야 확보 절실
고품질 유리알 단가 6배 차이… 부담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많은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도로 위 차선 시인성 문제가 빈번히 제기되는 가운데, 교통안전과 직결되는 도로 구획선 도색 예산이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된 예산으로 광범위한 도색 작업을 수행해야 하다 보니 시공 품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대전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의 도로 구획선 도색 예산은 2023년 23억 7500만원에서 올해 20억원으로 약 15%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예산으로 지역 내 기존 노면 표시 보수와 신설 도로에 대한 신규 도색 작업까지 진행해야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동반 상승하면서 실질적인 작업 범위와 품질 모두 영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차선 반사 성능을 좌우하는 유리알은 업체 자율 구매 항목인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성능이 떨어지는 저급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충남의 한 도로 도색 업체 관계자는 "장비나 조건을 제대로 갖춘 시공업체는 많지 않고, 업체들 사이에서는 하도급이 빈번하다"며 "도료에 들어가는 유리알은 업체가 사서 써야 하니, 저렴한 자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2023년 국정감사에서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차선 공사 가운데 일부가 명의 대여 방식으로 부실 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도색공사업체 34곳과 관계자 69명이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이들은 도료에 저가 원료를 섞어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맑은 날에만 이뤄지는 성능 점검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대전시와 대전경찰청은 매년 시내 주요 도로 5곳을 선정해 차선의 재귀반사도 성능을 측정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2023~2025년) 실시한 성능 점검 결과, 기준치 미달한 구간은 올해 단 2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 운전자들이 체감하는 문제는 야간이나 빗길 주행 등 환경적 요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환경에서의 평가 기준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도로 시야 확보 문제가 사고로 직결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충청권에서 발생한 빗길 교통사고가 지난해 1897건으로 2022년(1204건) 대비 57% 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국지성 호우가 흔하게 나타나면서, 도로 위 차선 시야 확보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
도색 업계에서는 고굴절 유리알인 ‘우천형 비드’를 사용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입찰 단계에서부터 굴절률이 높은 재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또 다른 시공업체 관계자는 "시민들은 차선을 안 보이게 만든 시공업체를 탓하지만, 실제로는 지자체가 요구하는 유리알 사양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고휘도 유리알을 쓰면 확실히 효과가 있지만 단가 차이 때문에 결국 하급재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공업체가 사용하는 유리알은 승인서로 사전에 확인하고 있으며, 현장에도 수시로 나가 점검 중"이라며 "고굴절 유리알이 효과는 좋지만 단가가 6배 이상 차이나 현실적으로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