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통해 市교육청에 생태공간 보호방안 모색 등 요구
새끼들 터전 잃고 보호시설 이동… 자연 복귀 여부 불투명

서식지와 새끼를 잃고 학교 지붕에 앉은 백로떼.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서식지와 새끼를 잃고 학교 지붕에 앉은 백로떼.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백로들이 서식하던 나무들이 벌목된 모습.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백로들이 서식하던 나무들이 벌목된 모습.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대전지역 환경단체들이 대전선화초등학교 내 백로 번식지 벌목 사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19일 선화초 교정 내에 있던 백로 번식지가 대규모 벌목으로 사라졌다”며 “이곳은 수년 전부터 약 50쌍, 100개체가 넘는 백로류가 매년 찾아와 번식하던 공간이었다. 이번 공사로 백로 둥지들은 모두 파괴됐고 약 115개체의 어린 새끼들은 둥지를 잃고 땅으로 추락해 보호시설로 긴급 이동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일부를 보호 중이지만 이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이번 벌목이 백로의 번식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진행됐고 공사의 시기를 조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단체는 “이는 생명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초래한 인재이며 인간 중심의 개발 논리가 어떻게 작은 생명들을 밀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며 “선화초는 과거 단체와 협약을 맺고 조류 번식지를 함께 모니터링했던 학교다. 학생들과 함께 번식지 관찰 교육을 진행하며 공존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던 곳이기에 이번 사태는 더 큰 실망과 안타까움을 안긴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이날 대전시교육청 등에 △벌목에 대한 경과와 책임을 명확히 밝히고 시민사회와 지역사회에 사과 △보호 중인 백로 개체에 대한 명확한 보호·방생 계획 수립 △모든 학교 시설공사에 생물 번식기 보호를 포함하는 가이드라인 마련 △시민환경단체 및 지역사회와의 협의를 통해 향후 학교 생태 공간 보호 방안 모색 등을 요구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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