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서천호 의원 대표발의… 지역사회·정치권 발칵
핵심 연구기관 이전 우주개발 역량 분산·비효율 우려
‘핵심 연구기관 인위적 이전 불가’ 원칙 위배 지적도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을 경남 사천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대전 지역 사회와 정치권이 또다시 들끓고 있다.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핵심 인프라가 집적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근간을 흔들고,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사천에 문을 연 우주항공청의 설립 취지마저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에서다.
17일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은 ‘우주항공청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대전에 위치한 항우연과 천문연 등 출연 연구기관을 경남 사천의 우주항공청 인근으로 이전해 ‘우주항공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서 의원의 개정안에 같은 당 충청권 국회의원인 성일종 의원(서산·태안), 박덕흠 의원(보은·옥천·영동·괴산), 엄태영 의원(제천·단양) 등도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지역 정치권은 이번 개정안을 우주항공청법이 설립 당시부터 명시한 ‘항우연·천문연 인위적 이전 방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로 규정하고 거센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덕특구에는 항우연과 천문연뿐 아니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카이스트 등 국내 우주 R&D를 떠받치는 핵심 기관이 집적돼 있다.
이미 풍부한 연구 인프라와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대전에서 핵심 연구기관을 이전하는 것은 국가 우주개발 역량의 분산과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개청한 이후에도 연구개발본부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협업 시너지 약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우주 분야 관련 한 전문가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이런 논란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며 “대전과 사천 중 어느 쪽이냐가 아니라 애초에 정부가 국가 전체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입지를 정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서 의원의 개정안은 우주항공청 설립 당시 명문화한 ‘핵심 연구기관의 인위적 이전 불가’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란 비판이 거세다.
또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우주산업 클러스터 비전 추진 계획’에 따라 전남 고흥(발사체 특구), 경남 진주·사천(위성 특구), 대전 유성(연구·인재개발 특구)으로 3축 체계를 설계한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 스스로 설계한 국가 전략산업 기반을 특정 지역 입맛에 따라 다시 흔드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갑)은 “공공기관을 법 개정으로 이전한 전례가 없고, 항우연·천문연은 소재지를 바꾸려면 법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지역의 인기를 얻으려 억지 법안을 발의한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여기에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주항공청 본청은 ‘껍데기’만 남아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국가 우주항공산업 발전과 지역균형발전이 모두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역 이기주의로 국가 우주개발 백년대계를 흔드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무엇이 진정 국가에 이득이 되는지 원점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