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교육청 위원회 막으려면… 전문가 제언 들어보니

[충청투데이 서유빈·김지현 기자] 충청권 4개 시·도 교육청에서 운영 중인 위원회는 총 441개. 매년 위원회가 늘어나는 가운데 연간 단 한차례도 개최가 안 된 ‘식물 위원회’를 비롯해 기능이 중복되는 위원회가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도 교육청별로 위원회 현황 공개 내용이 제각각이라 원칙을 마련해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여러 교육 정책을 심의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한다는 점에서 위원회가 존립해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비효율적인 위원회를 과감히 정비해 위원회 운영의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청투데이는 지역 교육계의 여러 목소리를 통해 교육청 소속 위원회의 개선점과 운영 방향성 등을 모색해봤다. <편집자주>

김도진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도진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도진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 대전시교육청이 운영 중인 각종 위원회는 2024년 하반기 기준 총 108개에 달하는데 이처럼 많은 위원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포함한 19개 위원회는 2023년 하반기부터 약 1년간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위원회가 정책 심의나 현장 의견 수렴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자칫 위원회 운영이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위원회 운영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함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각 위원회의 존속 필요성과 운영 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비효율적인 위원회는 과감히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위원 구성 시 현장의 전문가나 교원의 참여를 확대해 전문성과 대표성을 고루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셋째, 위원회 활동과 논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유해 투명성을 높이고 교육공동체와의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 넷째, 모든 위원회가 정기적으로 운영되며 논의 내용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연계성과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다섯째, 위원회 운영에 대한 성과 평가와 환류 체계를 구축해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이러한 제안들을 바탕으로 위원회 운영의 내실화를 도모해 주시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교육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제공되고 교육공동체 전반의 신뢰와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

“교육청에서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은 특정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교육청의 각 과별로 위원회가 지나치게 많이 설치되거나 특정 사안에 대응하는 가장 손쉬운 해결 수단으로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위원회가 많아지면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위원회 본연의 기능이 퇴색하고 정책 결정의 책임이 위원회에 떠넘겨지는 부작용까지 나타날 수 있다. 또 실질적인 논의보다 ‘위원회를 운영했다’는 보여주기식의 행정으로 흐를 위험도 높다. 따라서 교육청에 설치돼 있는 위원회를 전면 재검토해 목적과 기능이 비슷한 위원회를 통폐합해 실효성을 분명히 하고 형식적인 운영보다는 위원회의 내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비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일부 위원회에서는 교육청의 기존 입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운영 과정에서 측근이나 지인 중심의 폐쇄적 구성으로 인해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방식에 투명성을 높이고 위원의 선정 기준과 절차를 보다 명확히 공개해 공정한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또 회의 결과의 공개 범위나 방식에 대해서도 일정한 원칙을 마련해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전통적인 위원회 운영 방식 외에도 SNS, 온라인 설문, 공청회 등 보다 폭넓고 다양한 소통 창구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강영미 전국참교육학부모회장
강영미 전국참교육학부모회장

강영미 전국참교육학부모회장

“교육청 소속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 대전시교육청 산하 위원회 중 22개가 지난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실제로 운영돼야 했던 위원회조차 방치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 2월, 대전의 한 초등학생이 교사에게 피살당한 사건은 위원회 운영 부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논란이 됐던 질환교원심의위원회는 정신적 질환으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교원에게 휴직이나 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었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이유로 결국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는 위원회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필요한 순간에 학생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시교육청이 사전에 개입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또,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임시 위원회를 만들고 매뉴얼을 쏟아내는 방식은 앞으로 지양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건과 문제가 발생한다. 그때마다 대책을 내놓는 데 급급하다 보면 근본적인 원인은 방치되고, 제도는 형식적인 틀로만 남게 된다. 교육청 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가 떠안게 된다. 문제가 생겨도 정작 도움을 요청할 창구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위원회라는 형식에 의존하기보다 그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실질적인 기능을 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짚고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김민숙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김민숙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김민숙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교육청 소속 위원회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에 크게 공감한다.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 자체가 업무를 증감시키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례나 규칙에 의해 위원회를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업무를 증감시키기만 한다면, 업무 경감 차원에서도 위원회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위원회별 특성이 달라 심도 깊게 살펴봐야 한다. 회의 개최 여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매년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위원회가 있는 반면 1년 동안 한 번도 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더라도 존재해야 하는 위원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위원회의 필요성, 관련 조례의 내용, 위원회 현황 등을 다양한 방면에서 검토해봐야 한다. 현재 교육청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소속 위원회를 살펴봐도 불필요한 위원회가 많다. 특히 위원들의 수당을 챙겨주기 위한 위원회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위원회를 구성할 때 최소 인원으로 구성하고, 중대한 사안인 경우에는 위원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위원회가 수당을 주기 위한 장치로 전락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위원 명단과 역할, 회의 진행 여부 등을 공개해야 한다. 위원회의 투명한 운영을 통해 중복 위원들을 정리하고, 위원회가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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