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구의 FunFun한 스토리] 황난숙 봉사·선행·화합 봉사대 대표
유난히 추웠던 그 해 겨울, 살을 에는 추위에 얇은 옷차림 아이들 눈에 들어와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나눔 무엇일까’ 고민… 뜻 함께하는 지인과 봉사대 설립
의류 무료나눔 실천 LG화학·LG생활건강 등 대기업 동참으로 많은 도움 얻어
기부받은 의류 분류·정리작업 거쳐 자원봉사자들 직접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
정기 의류 나눔 확대·찾아가는 서비스 강화·정기 배식봉사 등 영역 확장 계획
“작은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서 시작 내 삶 더욱 빛나게 만드는 축복과 같아”

▲ 황난숙 봉선화 봉사대 대표.
▲ 여명구 충청투데이 대표.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 봉사라고 확신하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환한 미소만큼이나 마음씨가 따뜻한 황난숙(55·여) 봉사·선행·화합 봉사대 대표다. 이 봉사대는 2023년 2월 11일 발족, 황 대표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현재 봉사대원 150명이 활동 중에 있다. 봉사·선행·화합의 앞 글자를 따 ‘봉선화 봉사대’라고 불린다. 황 대표가 이 봉사대를 만든 이유는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웃의 온정을 전하기 위해서란다. 그는 현재 봉선화 봉사대 대표 뿐만아니라 괴산임산 부대표, 일하는 밥퍼 수행전담 부장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 대표가 꿈꾸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살만한 세상 만들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 주>


◆‘봉선화 봉사대’ 발족

봉사란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생각했던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 봉사대를 만든다는 것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황 대표에게 ‘봉선화 봉사대’를 만든 이유를 물었다.

그는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옷 한 벌조차 쉽게 구할 수 없는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우리의 작은 손길이 모여 큰 온기를 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의류 무료 나눔 봉사대를 발족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봉사대 대표를 맡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황 대표는 봉사대를 발족했던 그 해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는 "살을 에는 강추위에도 얇은 옷차림으로 추위를 견디는 아이들이 제 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나눔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다"며 "그 무렵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지인들이 있어서 함께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자 봉사대를 만들게 됐고, 그 흐름 속에서 봉사대의 대표 역할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대표라는 자리가 부담스럽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생각에 봉사대 대표 자리가 숙명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나눔의 따뜻함이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봉사대를 이끌어갈 계획이다.


◆의류 나눔으로 온정 확산

‘봉선화 봉사대’는 발족 후 지역사회에 온정을 확산하는 의류 무료 나눔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대가 기부하는 의류만으로는 무료 나눔에 한계가 있어 보였다. 기부하는 의류는 어떻게 마련할까.

황 대표 역시 의류를 마련하는 과정이 봉사대의 중요한 업무라고 털어놨다.

황 대표는 "그나마 처음 의류 나눔 활동을 시작할 때 힘을 보탠 이가 있어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윤문원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가 공단에 입주한 LG화학,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며 "이를 통해 많은 의류와 물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기부받은 의류는 어떤 과정을 거쳐 대상자에게 전달되는지, 의류 봉사활동을 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를 물었다.

황 대표는 "봉사단이 나누는 의류가 새 옷보다는 구제 의류가 많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구제 의류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나눔 의류의 품질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의류 나눔을 위해 어려움도 많지만 소중한 나눔의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해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며 의류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눔 전 계절·용도별 분류 작업

봉사대는 의류 무료 나눔 봉사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단체, 기업 등으로부터도 성인 및 아동용 등 다양한 의류를 정기적으로 기부 받고 있다.

문제는 기부 받은 의류를 계절과 용도별로 의류를 분류해 필요한 대상에게 적시에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

실제 구제 의류를 기부 받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류와 정리 작업이란다. 황 대표는 "봉사대 활동 초창기에는 의류를 정리할 마땅한 공간조차 없었다"며 "창고 하나 없어서 저희는 고민 끝에 공터 한쪽에 천막을 설치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비닐 천막 아래서 바람이 불면 옷가지들이 날아가지 않도록 눌러가며 하나하나 손으로 옷을 펴고 정리했다"며 "여름에는 땀을 뚝뚝 흘리고, 겨울에는 손이 꽁꽁 얼어붙는 날씨에도 회원들과 함께 구제 의류를 다듬고, 접고, 봉투에 담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그렇게 정성껏 정리한 옷들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던 순간, 불편했던 환경도, 힘들었던 분류 과정도 모두 잊게 된다"며 "오히려 천막 아래에서 함께 나눈 땀과 웃음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분류와 정리 작업을 마친 의류는 지원 대상자 선정 과정을 거쳐 지원된다.

황 대표는 "계절과 용도별로 분류한 의류는 연 2회 이상, 겨울과 여름을 중심으로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에 전달하는 무료 의류 나눔 행사를 펼치고 있다"며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보육시설 아동 등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지원 대상을 선정한 후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겐 어떻게 의류를 전달하는 지 궁금했다.

황 대표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외진 곳에 계신 분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의류를 전달하는 방문 봉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활용한 캠페인을 통해 의류 기부 문화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며 "지역 학교, 기업 등과 협력해 나눔의 의미를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청소년 자원봉사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봉사에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의류 정리, 행사 운영, 기부 물품 포장 등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온정 바이러스 전파하는 참 봉사대

‘봉선화 봉사대’의 향후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황 대표는 정기 의류 나눔 행사 확대, 찾아가는 나눔 서비스 강화, 정기 배식 봉사 운영, 무료 사진촬영 등 봉사활동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주지역 주요 공원 및 복지 공간 등 접근성 높은 장소를 활용, 연 4회 이상 정기 의류 나눔 행사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특히 행사장에 직접 오기 어려운 대상(독거노인, 장애인 등)에게는 방문 전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밖에 "독거노인, 기초수급자, 시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지역 복지관과 연계해 월 1~2회 정기 배식 봉사 실시, 지역 행사장에서 무료 사진 촬영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황 대표에게 봉사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나에게 봉사란,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나눌 때, 우리는 진정한 베품과 나눔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봉사를 통해 마주한 따뜻한 미소, 고마움의 눈빛, 조용한 응원의 말들은 진심이 만들어낸 진실한 행복이며, 그것은 내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면서 "봉사란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는 동시에 내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축복 같은 여정이다. 타인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소중한 기회이자 축복"이라고 정의했다.

황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장소는 봉선화 봉사대 사무실이었다. 반갑게 맞아주는 황 대표를 따라 들어선 사무실은 큰 회의용 책상 하나와 비닐봉지에 담긴 옷가지가 가득한 작업장 같은 곳이었다. 소파나 제대로 된 의자도 갖춰지지 않았다.

좁은 철제의자에서 인터뷰를 하느라 몸은 조금 불편했지만 마음만은 5성급 호텔보다 편안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봉선화 봉사대가 보여주기식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우리네 이웃과 지역사회에 온정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참 봉사대라는 확신 때문이 아닐까.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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