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장애인 투표권 보장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
보조대상 확대로 대리투표 우려
중앙선관위, 대법원 결정 기다려
21대 대선에선 적용 어려울 듯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최근 발달장애인 등 정신적 장애인에게도 선거 투표보조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제도 개선까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법원의 최종 결정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 당장 내달 3일 예정된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정신적 장애인의 투표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발달장애인 2명이 국가를 향해 제기한 차별구제 청구소송에 대해 지난해 10월 10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올해 1월 16일 부산고등법원도 지적장애인 3명이 제기한 동일한 내용의 차별구제 청구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던 원심을 깨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서울지법은 ‘발달장애로 인해’, 부산고법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심리·사회적 특성으로’ 투표할 수 없을 때도 선관위가 관리하는 선거의 투표보조 대상으로 투표관리매뉴얼에 명시하라고 주문했다. 원고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체 지적, 자폐성, 정신적 장애인 전체가 부당하게 투표보조를 제한받지 않도록 선거 시스템을 손질하라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계에서 문제 삼아 왔던 투표보조는 공직선거법 상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정신적 장애인은 투표소 현장에서 사무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투표보조를 받을 수도, 제한될 수도 있는 처지였다.
서울지법에서 판결한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인 중증 발달장애인 A씨는 2022년 3월 제20대 대선에서 어머니를 투표보조인으로 요청했지만 신체장애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재판부는 "발달장애인은 투표소와 같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인지 및 행동에 더 어려움을 겪어 스스로 정확하기 투표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투표보조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유권자로서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주문하는 법원의 결정과는 달리, 선관위는 대법원의 판단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국가를 대리해 차별구제 사건을 수행하는 법무법인도 서울지법과 부산고법의 원고 승소 판정에 각각 항소, 상고하며 불복 의사를 표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신지체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신체상으로는 기표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는 자는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라는 게 가장 마지막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표보조 대상의 핵심은 장애유형이 아니라 스스로 기표 행위를 할 수 있는지"라며 "후보자를 모르는 자녀 대신 부모가 찍는 등 보조대상 확대는 대리투표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막을 제반이 아직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