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결정
한국전쟁 후 산림녹화기록물도 같이 등재
한국 총 20건 보유 "기록문화 강국" 기대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을 지나 1954년까지 제주를 비극으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제주4·3사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경(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제주4·3사건기록물과 산림녹화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 1일~1954년 9월 21일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많은 주민이 희생된 사건으로,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기록물은 민간인 학살에 대한 피해자 진술과 진상규명 및 화해의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세계적 냉전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고 지역적으로 압축되는 양상을 하나의 사건을 통해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냉전시대의 희귀한 기록물이다.
대한민국 행정·입법·사법부, 미군정 및 미군, 봉기세력 등 제주4·3 당시 이해당사자들이 각자 생산한 기록물과 사건의 서사적 진실을 담고 있는 희생자와 유족의 피해신고서와 구술증언, 민간과 정부기관의 진상규명과정 기록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4·3사건은 군사정권 때까진 북한의 사주에 의한 폭동으로 규정되기도 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사회단체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관련 사적과 증언,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며 이승만 정부와 미군정의 강경 진압에 대항한 민중항정, 민주화운동이란 평가가 나왔다.
특히 1992년 4월 제주 구좌읍 중산간지역 다랑쉬오름 부근에 위치한 다랑쉬굴에서 4·3 당시 학살된 유해 11구가 발견되며 국가의 폭력이 44년 만에 실체를 드러냈으며, 2000년 사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번 제주4·3사건 기록물의 세계유산 등재는 세계사적으로 인권의 중요성을 알리고 제주도민의 화해와 상생 정신을 통해 아픈 과거사를 해결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국가유산청의 설명이다.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산림녹화기록물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이는 한국전쟁 후 황폐화된 국토를 민·관 협력으로 산림녹화하며 성공적으로 국가를 재건한 경험이 담긴 자료다.
세계의 다른 개발도상국이 참고할 수 있는 모범 사례이자 기후변화 대응, 사막화 방지 등 국제적 논점에 본보기가 되는 기록물로 평가된다.
이로써 한국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5·18기록물, 4·19혁명기록물 등 총 20건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기록문화 강국으로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세계사적 가치를 지닌 우리의 기록유산을 발굴하고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를 확대하는 적극행정을 실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