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5곳에서 통학버스 타는 학생 170명
관계자 “지역민들 반대 안해도 환영도 안해”
학예회 초청 등 노력해 상생협력 결실 맺어
[충청투데이 김세영 기자]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라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2일 오전 9시 30분경 대전 서구 갈마동 충청투데이 본사에서 대전 대덕구 용호동에 있는 대전해든학교로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학교 방문을 위해 약속한 시간은 오전 10시.
출근 시간대를 벗어나 차 막힐 걱정은 없었지만, 짧지 않은 거리라 평소보다 거칠게 엑셀을 밟았다.
약 20㎞에 달려 도착한 학교 주차장에는 노란색 관광버스가 줄지어 있었다.
불과 1시간 전 학생들이 등교를 위해 타고 온 통학버스였다.
5개 자치구에서 8대의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은 자그마치 170여 명.
이 중 최장 등교 시간은 1시간 20분으로 한 학생은 매일 약 2시간 30분을 통학에 할애한다.
이마저도 지난해보다 통학버스 1대가 추가돼 3대 노선이 약 20분 감소한 결과다.
자차로도 부담스러운 거리.
더 좋은 여건에서 의무교육을 받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통학대란’은 불가피한 의무다.
이를 증명하듯 2021년 설립된 학교 건물은 내외부가 깔끔했고 경사로, 넓은 엘리베이터, 높은 난간 등 시설이 학생 안전과 편의에 맞춰져 있었다.
학교는 원거리 통학 등 위치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내실을 다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학교 관계자 A 씨는 “시작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드러내고 반대하지 않았지만 환영하지도 않았다. 내 주변은 안된다는 님비현상 있었다”며 “그간 오해와 편견을 풀기 위해 지금은 주민들과 상생협력하며 잘 지낸다”고 말했다.
관계의 전환점은 개교 이후 진행한 첫 학예회였다.
A 씨는 “학예회를 통해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고 난 뒤 주민들의 경계가 풀렸다. 이후 마을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아이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다”며 “교류가 시작되면서 지역주민들이 개인 소유 땅까지 빌려주셨다. 지금은 800평의 공동밭을 함께 일구고 있다. 나서서 먼저 경작도 해주신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돕는 관계다”고 설명했다.
함께 가꾼 농작물로 마을주민과 팜파티(farm party)를 열거나 재가공해 지역사회에 판매하기도 했다.
학교 측이 지역주민과의 우수 상생사례를 널리 알려 특수학교 확충에 기여하고 싶어하는 이유다.
A 씨는 “아이들은 한정적인 공간에서 사람도 제한적으로 만난다. 지역사회에 환영받는다는 것, 누군가를 위해 봉사,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직접 경험이 아이들 성장의 밑바탕이 된다”며 “많은 특수학교가 거대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이 주거지와 가까운 특수학교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릴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김세영 기자 ks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