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가격 폭등… 국내 영향 아직 미미
조류인플루엔자·사육공간 규제 변수
[충청투데이 이용민 기자] 달걀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으로 국내산 달걀이 잇따라 수출되고 있다. 수출 물량이 많지 않아 국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조류인플루엔자와 사육 공간 제한 등은 변수로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일 충북 충주 무지개농장은 달걀 수출 기념식을 가졌다. 이번에 미국으로 수출된 달걀은 약 33만개에 이른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충남 아산 계림농장이 같은 규모로 달걀을 수출했다. 신선달걀의 미국 수출은 현지 가격이 폭등한 올해가 처음 이뤄졌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달걀 가격은 지난 2월 한 상자(12개)에 5.9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에 따라 10달러를 넘는 곳도 있다. 1개에 1000원이 넘는 셈이다. 그나마도 개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미국의 달걀 위기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서 비롯됐다. 지난해에만 AI로 산란계 3억 8000만마리 중 400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올해에도 살처분수가 약 2600만마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농무부가 달걀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내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산란계협회는 국내 수요와 물가안정 등을 감안해 1% 미만으로 수출을 제한할 방침이다. 또 닭의 산란기간을 연장하면 5% 수준까지는 추가 생산이 가능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24일 기준 전국의 달걀(특란, 10개) 평균 소비자가격은 3168원으로 1주일 전인 17일 3159원과 비슷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3226원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AI, 장기적으로는 사육공간 규제가 달걀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변수다.
충북 양계업계 관계자는 "최근 청주를 비롯해 인근 세종, 천안까지 AI가 발생해 농가들이 방역에 분주하다"면서도 "다행히 날씨가 따뜻해져 대규모로 감염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산란계협회는 최근 어기구 의원(당진시) 등 정치권에 사육기준 면적의 소급적용을 철회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부는 2018년 ‘축산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해 산란계 한마리당 케이지면적을 0.05㎡에서 0.075㎡로 확대했다. 기존 산란계농가는 올해 9월 1일부터 면적을 조정하도록 했다. 협회측은 이 기준을 적용하면 1일 달걀 생산량이 약 5000만개에서 3500만개로 줄어들어 공급부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산란계 사육면적 개정에 따른 국내 농가 대응 실태, 파급효과와 국외 사례 조사’ 연구용역 보고회에서 시나리오에 따라 24%에서 최대 57%까지 달걀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