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대전본사·교육문화부 기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초등학생 때 현장체험학습을 싫어했다. 관광버스에 올라타기만 하면 몰려오는 어지러움과 메스꺼움 때문이었다. 멀미약을 먹고, 붙이고, 음식을 먹지 않아도 관광버스 안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워낙 멀미가 심했던 탓에 필자는 항상 담임선생님과 함께 맨 앞자리에 앉았다. 담임선생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먼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지러움이 조금은 나아지는 느낌이었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한 초등학생의 구토를 받아내야 했던 담임선생님도 고역이었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고 버스를 탈 일이 많아지면서 멀미 증세도 차츰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관광버스 뒷자리는 앉기 어렵고, 멀미를 할 때마다 나를 보살펴 줬던 선생님의 손길이 기억난다. 선생님의 보살핌 덕분에 친구들과 놀이공원에서, 수목원에서,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필자가 선생님의 손길을 받은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선생님들이 현장체험학습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강원 속초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에 담임교사의 형사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와서다.
지난 2022년 한 초등학교 학생이 속초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1심 판결 결과 재판부는 담임교사에게 학생을 부주의하게 인솔한 혐의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의 판결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당연퇴직 대상이다.
교사들은 자신의 직업을 걸고 현장체험학습을 가야 한다는 사실에 멀미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의 멀미를 보살펴줄 이는 없는 듯하다.
교사들은 "강원 담임교사가 안전 주의 의무를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고 있다"며 "안전대책 수립 후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교사들의 현장체험학습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안전 대책 없이 현장체험학습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체험학습의 의미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가 모두 안전하게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오고 싶어요"
학생들과 안전하게 현장체험학습을 가고 싶다는 한 교사의 바람처럼, 모두에게 멀미약 같은 해결책이 나오길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