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학교 밖 교육활동 위축되나]
속초 체험학습 사건 유죄에 학교현장 부담 가중
충청권 일부 학교 취소·항소심 이후 결정 보류도
세월호 참사 이후 당일 일정 등 축소하는 분위기
학부모·학생들 “다양한 교육 기회 축소” 실망감

지난 2월 11일 강원 춘천지법 앞에서 열린 현장학습 사고 인솔 교사 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이날 재판에서 체험학습 사고 인솔 교사에게 유죄를 판결한 재판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월 11일 강원 춘천지법 앞에서 열린 현장학습 사고 인솔 교사 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이날 재판에서 체험학습 사고 인솔 교사에게 유죄를 판결한 재판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강원 속초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체험학습 사망사고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충청권에서도 ‘학교 밖 교육활동’이 위축될 전망이다.

재판부에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라며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한건데 학교 현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학교 밖 교육활동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교사의 과실 인정 여부다.

앞서 2022년 11월 속초의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버스에 치여 사망한 바 있다.

이에 최근 춘천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해 왔던 담임교사는 이후 재판부의 선고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세월호 사건 이후 그간 학교현장에선 안전 부담이 큰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당일 현장체험학습 또는 외부강사 초청 등으로 축소해 왔다.

실제 대전·세종교육청 현장체험학습 공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초등학교 기준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은 대전 26건, 세종 21건뿐이다.

충북은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초등학교의 절반 가량만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은 지난해 전체 초등학교의 약 30%가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했는데 교사들의 안전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속초 교사의 유죄 판결로 신학기를 앞둔 각급 학교들의 학교 밖 교육활동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실제 대전에선 일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현장체험학습 취소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항소심 결과 이후 현장체험학습 실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학교도 존재한다.

충남은 안전 사고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서·북부 지역의 과대 학교 중심으로 학교 밖 교육활동이 대거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윤경 대전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사가 수십 명의 학생을 인솔하면서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라며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현장체험학습 실시 여부와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실망감이 포착되고 있다.

학교 밖 교육활동이 위축될 경우 학생들에게 제공되던 다양한 교육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강영미 전국참교육학부모회장은 “최근 코로나19, 현장체험학습 사고 등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아이들이 2~3년 동안 제대로 된 학교 밖 교육활동을 하지 못했다”며 “아이들에게 추억과 다양한 배움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학교 밖 교육활동이 유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인력 보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재연 목원대학교 교직과 교수는 “학교 밖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배움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인데, 교사 인력만으로는 안전사고를 모두 예방하기 어렵다”며 “학부모 자원봉사, 지역사회 청소년 기관과의 연계 등 인력 보충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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